▲ 최동열

영동본부 취재국장

지도를 펴 놓고 ‘독도’를 본다. 동해 바다 한가운데 한개 점으로 찍혀 있다. 그리고 다시 물어본다. 점으로 찍혀 있는 저 작은 섬이 우리땅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으로도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90년대 말 신(新) 한·일 어업협정에 의해 획정된 동해상 EEZ(배타적경제수역) 경계부터 살펴보자. ‘독도’ 주변바다가 한·일 중간수역에 포함된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었다면 현재 동해상에서 일본이 배타적 권리를 갖는 EEZ(배타적경제수역)는 대폭 확대됐을 것이고, 우리 바다는 울릉도를 중심으로 후퇴하면서 극도로 위축됐을 것이다.

또 일본인들이 명명한 뒤 아직 우리도 그렇게 부르고 있는 동해상 황금어장 ‘대화퇴’도 현재는 3분의 1 정도가 중간수역으로 설정돼 있지만, 독도가 우리땅이 아니었다면 거리를 따져볼 때 전체가 일본 수역으로 넘어가 우리 어업인들의 입어가 제한됐을 것은 자명하다.

독도 주변 바다 밑에 분포해 있는 수 많은 해양 생물 및 매장 자원에 대한 권리 또한 고스란히 일본 차지가 됐을 것이고, 지형적으로도 우리의 턱밑 요충지에 일본의 가시가 박혀 있는 형국을 맞았을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땅임으로 인해 고맙기가 이를데없는 섬이 독도이고, 일본으로서는 그들이 못 가진 것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독도인 것이다.

지금 일본은 어떻게든 독도를 영토 분쟁의 대상으로 부각시키는데 혈안이 돼 있다. “한·일 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는데, 일본이 수습을 못할 정도로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수준의 걱정도 제기되고 있으니 최근 행태가 참으로 비정상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동해(東海)’ 명칭 문제를 한번 되돌아보자. 일본에게 독도가 불편하다면 우리에게는 ‘일본해(Sea of Japan)’로 더 많이 불리는 저 바다 명칭이 거북하기만 하다. 독도는 명백한 우리 영토를 저들이 분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황당한 상황인 반면에 동해(East Sea) 명칭은 우리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다.

그런데, 두가지 사안에서 무게중심은 주로 독도에 쏠려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일본에서 독도가 자기들 땅이라고 시비를 걸면, 우리쪽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쟤들 땅 아니고, 우리 땅”이라고 반박만 하는 것은 모양새가 개운치도 않다.

일본이 거북해 하는 문제에 국제사회 관심이 모아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이 동해 명칭 문제다. 사실 ‘동해’가 ‘일본해’로 둔갑된 것은 일제 강점기였던 1920년대 국제수로국이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정하는 과정에서 연유했다. 수탈과 질곡에 시달리던 우리는 당시 외교력을 발휘하거나 의견을 낼 수 없었고, 결국 일본이 낸 명칭이 받아들여졌다. 세계 인류를 극한 고통으로 몰아넣은 제국주의 식민 지배의 소산이기에 더욱 통탄할 노릇이다.

저 바다를 자기들 전유물인 것처럼 ‘일본해’라고 우기는데, 우리가 ‘동해’로 명칭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는 것도 따지고보면 한참 양보하는 것이 된다. 저 바다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비(碑)를 비롯 역사 기록 곳곳에 ‘동해’로 등장하지만, 더 나아가면 서양의 고지도는 물론 에도 막부시대에 일본 스스로가 제작한 여러 지도에도 ‘조선해(朝鮮海)’로 명기돼 있으니 ‘조선해’, ‘한국해(Sea of Korea)’로 가는 것이 사실 더 옳다.

지금 독도박물관 앞에 가면 ‘對馬島本是我國之地(대마도는 본래 우리나라 땅)’이라는 비석이 서 있다. 그냥 후세인들이 지어낸 말이 아니라 세종실록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역사서에는 대마도가 원래 계림(鷄林), 즉 신라의 땅에 속했다는 내용이 잇따라 등장하고, 조선시대에는 대마도주에게 관작을 하사하기도 했다. 동해 명칭 문제를 비롯해 우리가 대응책으로 삼아야 할 방향이 오늘 그저 비석으로 서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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