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정치부장

최문순 지사의 가장 큰 장점은 ‘겸손’이다. 시장상인이든 농촌의 촌로이든 가리지 않고 허리를 90도 가까이 꺾어 인사하면서 따뜻하게 손을 잡는다. 행사에 참석해서도 기관·단체장들과의 의례적인 인사보다 일반 청중들과의 만남을 즐겨한다.최 지사의 이러한 행동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 느껴지기에 권위의식을 가진 기관·단체장은 내심 서운한 감정이 있어도 불만을 밖으로 나타내지 못한다.

그의 이런 행동은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민원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심하다.최 지사의 ‘특기’인 “예, 예, 예~”라는 대답을 들은 민원인은 자신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착각한다. 이 때문에 취임초기에는 실무자들이 뒷수습을 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요즘에는 즉답하는 횟수를 많이 줄였다. 민원인들도 “예~”소리를 4번 이상 들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정도가 됐다. 이런 최 지사 스타일은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결재를 받으러간 직원들이 최 지사의 ‘겸손함’에 오히려 당황하기 일쑤다.

최 지사는 업무의 권한도 실·국장을 비롯한 부하직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문화방송 사장때도 내부 업무는 해당 부서 책임자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외부활동과 회사이익에 관계된 일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유명 작가가 높은 개런티를 받고 다른 방송사로 가려다가 최 사장이 작가의 집을 직접 방문해 설득, 옮기지 않게 했다는 유명한 일화는 방송가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최문순 스타일’이다. 이처럼 진솔하고 겸손한 최 지사의 스타일 때문에 새누리당이 지난 4·11총선에서 도내 9개 국회의원을 모두 차지했을 때에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했다. 4·11총선이 끝난 후 본사 주최로 열린 국회의원 당선자 교례회에서 최지사와 9명의 국회의원들은 “강원도당으로 뭉쳐 지역발전에 힘쓰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도정을 이끄는 최 지사와 카운터 파트너인 국회의원간 ‘소통부재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도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대선을 90여일 앞두고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 같은 상황에서 최 지사가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로부터 ‘불통 지사’라는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민주당 소속인 최 지사가 국회에서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지 않은 채 단독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여기에는 민주당 도당과의 정례 당정협의회에 대한 불편함도 깔려있다.이 같은 소통부재 논란은 지난 4일 최 지사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공개로 단독 면담하는 것을 계기로 폭발했다.

강원도국회의원협의 회장이자 새누리당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기호 의원은 지난 7일 도당회의실에서 열린 강원도 당협위원장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하고 소통부재의 원인을 지적했다.한 위원장은 “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의원협의회가 있는데도 강원도로부터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공식적인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원내대표를 만나는데도 사전에 자신에게 전화 한통화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최 지사는 이같은 소통부재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론과 국회의원들에게 충격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 듯하다.

얼마 전 민주당 관계자와의 산행에서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원발전의 쌍두마차인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의 소통부재는 지역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런 만큼 최 지사가 ‘최문순 스타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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