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본사 서울본부 취재국장

지난 4월 끝난줄 알았던 제19대 총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4·11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으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권성동(강릉), 김진태(춘천), 황영철(홍천-횡성) 등 새누리당 국회의원 3명에 대한 재정신청 사건이 서울고법에 배당되면서 대선에 쏠렸던 유권자들의 이목이 6개월전 총선판으로 유턴하고 있다. 재정신청은 기소 독점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검찰의 잘못된 불기소 결정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다. 검사가 이해 관계가 있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 등을 수사하는 경우 자신의 의사 또는 상급자의 의사에 따라 기소를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재정신청은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법원에 기소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춘천지검은 지난 9월 고발되거나 수사 의뢰된 새누리당 국회의원 3명 모두를 ‘혐의 없음’ 등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기부행위 등 2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권 의원에 대해 “종교시설 기부행위는 보좌관이 권 의원을 위해 개인적으로 헌금한 것으로 판단되고, 나머지 종교시설 기부는 권 의원이 헌금했다고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 춘천지검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 유권자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된 김 의원에 대해서는 “회계문서의 진위, 즉 작성자나 출처와 입수 경위를 확인할 수 없어서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모두 2차례에 걸쳐 읍·면 협의회장에게 돈 봉투를 전달한 혐의 등으로 고발됐던 황 의원에 대해서도 “피의자 및 금품 수수 관련자 모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고발인의 진술 외에는 다른 물증이 없어 혐의를 인정하기 곤란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와 불기소 결정을 지켜 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해 당사자인 민주통합당도 “국민의 편에 서서 정의를 밝혀야 할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불공정·편파 수사로 일관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유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야당 등의 고발 사건에 대해 물론 공명 정대하게 수사했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다르다. 사법부도 여론을 감안해 야당의 재정신청 사건을 배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사회를 읽어내는 여러가지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연(緣)이다.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직장연 등이다. 전관예우는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전관예우가 가장 잘 통하는 직장군이 법조계다. 특히 검찰은 전관예우가 남달라 현직을 떠나 지검이나 지청 앞에 개업한 직장동료의 변호사 사무실은 항상 문전성시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생각하지만 권 의원은 이번 사건을 처리한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1993년부터 1994년까지 검사로 재직했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그는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법무부의 법무비서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김 의원 역시 이번 사건을 수사한 춘천지검에서 2003년부터 1년여 동안 부장검사를 역임했다. 시중의 여론이 전관예우를 거론하는 이유다. 황 의원은 집권여당 대표의 비서실장이자 유력 대선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의 ‘현관예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력의 집중은 부패를 부른다. 권력의 분산은 부패를 줄인다. 권력의 상호 견제와 여론의 감시와 비판은 투명한 사회의 핵심 요소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대선 정국에서 6개월 전 총선 에피소드를 뒤돌아 본 이유는 지역사회의 건전한 거버넌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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