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완 스님

영월 적멸보궁 법흥사 주지

글로벌 시대라고는 하나 여전히 인류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21세기 신문명 속에 살고 있지만 전쟁과 테러 등 위기 상황은 늘 존재한다. 또 권력과 사회적 약자 사이에서의 갈등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위기와 갈등은 인류가 해를 거듭해도 풀지 못하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그렇다고 뾰족한 해법이 당장 있는 것도 아니다. 가지고 누릴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는 인간의 욕심 또한 끝없기 때문에 새로운 위기와 갈등은 더욱 쌓여가는 상황이다.

불교의 이상은 중생의 현실고(現實苦)를 없애고 해탈과 평화를 실현시키는 데 있다. 우리가 평화를 지향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처한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특히 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에서부터 현실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꿈꾼다. 물질이 행복의 절대조건은 아니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선 내 삶의 주변과 여건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기능한다. 갈등과 대립이 빈번하고 사건 사고가 연일 발생하는 곳에서 행복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치안 현실은 어떤지 살펴보는 것도 평화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찰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 1인이 담당하는 인구는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가 300명,미국 354명,영국 380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501명이라고 한다. 이를 우리 영월과 비교하면 더욱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월경찰서 자료에 의하면 인구 4만202명에 경찰관은 131명으로 1인당 575명을 담당하고 있다.

전국 평균 501명보다 74명이 더 많은 수치다. 여기에 영월을 찾는 관광객 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단종 유배지 청령포와 능침인 장릉이 있고 한반도지형 마을과 동강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5년 전에 비해 관광객은 98%,통행량 40%, 자동차는 32%가 늘었다는 보고다.

그러나 경찰 인력은 오히려 12명이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치안 관련 민원에 불만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다행히 현 김종관 서장이 관내 경찰관의 이해와 독려를 통해 4교대를 3교대로, 팀별 근무인원을 4명에서 7명으로 늘린 치안행정 결과 올해 상반기 112신고 출동 주민 만족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다변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치안 인프라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무엇보다 국민의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것이 치안이라고 했을 때 보다 많은 경찰 인력과 예산, 나아가 법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치안은 불교에서 볼 때 금강역사이며 사대천왕이다.

금강역사는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은 이로서, 보통 사찰 문 왼쪽에 밀적금강(密迹金剛)이,오른쪽에는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이 서 있다. 나라연금강은 천상계의 역사로 그 힘의 세기가 코끼리의 백만배가 된다고 한다. 밀적금강은 손에 금강저(金剛杵)라는 무기를 가지고 항상 부처님을 호위하는 야차신으로 활약한다. 이와 달리 사대천왕은 갑주를 입고 무장한 모습으로 동서남북을 지키는 호위신이다. 특기할 점은 이들은 외모가 험상궂고 무장 상태이지만 모두 평화로 인도하는 신이라는 것이다.

<대승열반경>에 국왕 유덕왕이 각덕비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기 사용을 계율로 승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려는 방편이었던 것이다. 원하고 부르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 수호신의 역할은 치안과도 성격이 유사하다. 달리 말해 국민의 행복과 평화를 지키는 문이 치안인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금강역사나 사대천왕처럼 국가에서도 치안 인프라 확충에 전진적인 정책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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