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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라는 말이 없어지는 때

박신진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 박신진

삼척 제일교회 목사

미국에서 공부할 때, 미국문화를 한마디로 ‘녹이는 냄비’(melting pot)라 표현했던 교수의 말을 기억한다. 한 냄비에 여러 가지를 넣어서 휘저어 녹여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미국이라는 사회가 다양한 문화가 섞여 이뤄지는 나라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흑백이 어우러지는 나라가 미국 아닌가? 흑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재선까지 된 것은 미국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진정으로 한 문화 속에 담아낸 나라임을 보여준 것이라 여겨진다.

그에 비하여 우리는 배달민족, 백의민족이라 하며 한 민족 혈통의 순수함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흑백의 갈등이나 타 인종과의 문제가 없었고, 다른 문화나 다른 언어가 개입될 여지도 없었다. 이것을 나는 우리 민족의 큰 장점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 어쩔 수 없이 다른 문화와 다른 인종의 사람들과 우리는 섞이기 시작했다. 점점 그 수가 많아지고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과연 단일 민족주의가 당연한 것인가, 혈통적으로 순수하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가 생각하게 된다.

시대는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다. 인터넷에는 실시간으로 세계 소식이 전해지며, 가수 싸이의 댄스곡 ‘강남 스타일’은 SNS 매체를 타고 하루아침에 ‘세계 스타일’이 되었다. 이런 세계적 소통은 당장 돈이 되고 힘이 되어 우리 가운데 실세를 형성한다. 싸이 박재상 군이 미국 대통령의 성탄축하 모임에서 노래를 불렀다. 황인종뿐 아니라 백인종, 흑인종 그리고 인도계, 중국계, 동남아시아계가 실제로 섞여 사는 세상이 되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한 자매는 파견 나온 상사원과 사랑이 싹터 결혼했는데, 사랑 하나만을 믿고 한국으로 왔으나 생각보다 힘든 상황에 많이 당황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기를 이방인 취급하는 배타적인 사회분위기가 그녀를 힘들게 했다. 울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원망해보기도 했으나, 이제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그녀는 자기 사업을 열고 고국에서 사람을 불러 같이 일하고 있다. 한국말도 많이 늘어 의사소통에 거의 어려움이 없고, 문화적인 갈증은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대화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해소하고 있다. 참 씩씩하고 장한 여성이다.

지금은 말이 다르고 습관이 다르고 문화가 같지 않아 그들을 조금은 구별하여 도와줄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문화’라는 괄호 속에 그들을 넣는 것 자체가 큰 불편이요 소외다. 이젠 다문화가 일상인 시대이다. 그러니 깊이 그들의 입장을 배려하되, ‘다문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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