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록

경제부장

최문순 지사가 최근 흥미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도 강원도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언급한 것이다. 최 지사는 “올 해 강원도 경제성장률은 4% 대가 될 것 같다”며 “이는 2% 대에 그친 국내 경제상장률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도 경제성장률을 5.2%로 설정했다”며 “공공부문이 그 절반을 맡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강원도지사가 공·사석을 통해 강원도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다.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시도에서는 이미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지역의 한 해 경제성장률을 예고하기는 했지만 강원도의 경우 경제수치를 계량화하는데 상당히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강원도지사가 제시한 성장드라이브는 뒤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와닿는다. 더욱이 복지와 사회안전망에 관심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야당 도지사가 경제성장을 주창하고 나선 것이라 더욱 그렇다.

올해 강원도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많았다.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간 20억 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바이오와 의료기기 등 도내 전략산업은 어느새 강원도의 기반산업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고용사정도 나쁘지 않았다.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 도내 관광산업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강원도 경제성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있다. 강원도 경제 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작은 변화에도 남들보기에 더 커보이는 착시현상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1인당 지역총생산이나 1인당 개인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수도권은 물론이고 타시도와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강원도 경제가 공공부문에 의해 주도되는 ‘공무원 산업’을 기간산업으로 하고 있어 경제상황에 덜 민감하다는 한계도 있을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 수도꼭지를 쥐고 있다보니 시장상황이 늘 수돗가 근처에서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 2012년 강원경제가 보여준 가능성은 긍정적인 요소들이 더 많다. 당장 그동안 꾸준히 육성해 온 강원도 전략산업은 새로운 출발의 단초를 마련하고 있다. 바이오산업과 의료기기산업, 신소재 산업 등 강원도가 집중 육성해온 전략산업들은 오는 2015년 매출 4조원을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선진국 기술수준을 따라잡은 곳도 있고 국내 매출의 70~80%를 장악하고 있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올해에 비해 1%p 정도 상승해 3% 중반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정도라면 경제성장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도내 서민과 농어업인 그리고 중산층의 소득 증가는 물론이고 12조원을 넘어선 도내 가계부채도 당장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자영업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젊은 5, 60대들도 뾰족한 해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려운 경제, 그러나 그 위기 속에서 기회는 언제나 찾아오는 법이다. 강원도의 강소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활로를 뚫었듯이 강원도의 각 영역들이 창조적으로 변화한다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최 지사의 경제성장론이 긍정적이면서도 한편 우려되는 것은 역시 현실성이다. 리더십의 변화는 시대정신의 변화, 정책의 변화와 함께 와야 한다. MIT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최근 출간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어떤 경제제도를 갖추느냐에 따라 달려 있고 그 제도를 만드는 것은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 지적했듯 프랑스혁명은 봉건제도를 필두로 한 정치권력의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와 관련된 의무와 세금 요즘으로 하자면 경제제도 전반을 단숨에 바꿔버렸다. 최 지사의 리더십이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는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의 변화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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