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영서본부 취재국장

최근 들어 원주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곱지 않다. 의원들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으로 안다.

원주시의회는 지난달 29일 건설도시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31일 의회 본회의에서 개발 경사도 기준을 완화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확정한 후 환경단체는 물론 각종 시민단체들로 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조례안이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후부터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각종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여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이번 조례개정으로 자연녹지지역의 난개발을 우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녹지에 토지를 소유한 몇몇 시의원들이 조례개정에 앞장서 자신들의 사익을 취했다며 혜택을 받은 모든 시의원들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금의 이 같은 사태는 원주시의회가 스스로 자초했다는 여론이 대부분이다.도시계획조례개정안을 상정한 의원은 개발압력을 해소하고 사유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개발제한 경사도를 현행 17도에서 22도로 5도씩이나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당연히 환경 및 시민단체들은 반대했고 여론 역시 비판적인 데도 불구하고 원주시의회는 이를 무시한 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경사도를 20도로 낮추자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수용하지 않는 무모함을 보였다. 한마디로 시민들의 의견이나 반발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또 상임위원회에서 조례안이 수정없이 원안 가결되자 방청하던 개발업체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하는 등 의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원주시의회는 이같이 중요한 조례안을 상정하며 사전에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공청회를 열거나 경사도를 완화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여부에 대해 전혀 검증을 거치지 않아 조례안 상정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조례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집행부와 시의회의 기능이 뒤바뀌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집행부가 개발행위제한을 풀기 위해 조례안 개정을 상정하더라도 시의회가 난개발 및 개발업자들의 사익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나서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견제기능을 해야 하는 시의회가 난개발을 부추기는 조례안 개정에 앞장섰다.

이제 조례안을 공표할 지 아니면 원주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할지 선택은 집행부로 넘겨졌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의결된 조례안은 5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이송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이송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조례안이 월권 또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환경 및 시민단체들은 시장에게 재의를 요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집행부 역시 관련부서의 협의를 거쳐 재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상임위원장과 정치권 인사들도 시의회 의장에게 재의를 수용하는 것이 추락한 시의회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고 현재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임을 건의하고 있으나 의장은 법적인 하자가 없으므로 시장의 재의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재의를 둘러싼 집행부와 시의회간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원주시의회가 시장의 재의마저 묵살할 경우 일부 시의원들의 사적 재산 증식을 위해 조례안을 개정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연녹지 지역에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한 의장 역시 조례안 개정으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시장의 재의를 수용해 의회에서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처리해야 시중에 떠도는 각종 소문과 오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원주시의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의회 스스로 자숙하고 시민들을 배려함과 동시에 공익을 우선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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