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정치부장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춘천과 속초 유세에서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동서고속화철도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박 대통령은 이밖에도 대선후보 합동연설회나 강원도선거대책위원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20년 넘게 ‘공약(空約)’으로 남아 있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착공’을 약속했다.

도민들은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강원도 약속을 믿고 지난해 총선에서 도내 9석 전부를 새누리당에 준 것은 물론, 대선에서도 61.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이같은 기적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역대 대선에서 항상 ‘엇갈린 선택’을 하던 도민들은 25년만에 자신들이 선택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배출시키자 강원도의 숙원사업이 해결될 것이라는 부푼 희망을 갖게 됐다.

3선 강원도지사 출신인 김진선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이 같은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김 위원장이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될때에는 강원도 출신이 이명박정부에 이어 잇따라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 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왔다.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에서는 장관과 수석 후보군의 하마평을 쓰면서 도출신 인사들의 리스트를 옮겨 적다시피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장관급 인사와 청와대 수석 인사에서 도 출신이 낙점받지 못하자 도민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돌변했다. 게다가 도민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 마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자 민심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선거 때마다 하는 짝사랑에도 불구하고 도 현안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강원도는 선거때만 찾는 봉이냐”는 자조섞인 불만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강원도민의 자존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오고 있다.

화들짝 놀란 도정치권이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역설했지만 ‘국민대통합’이나 ‘소통’은 언급되지 않았다.

아직도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박 대통령의 ‘불통’을 꼽는 사례가 많다.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처리되기도 전에 미래창조과학부 등 새로 신설되는 장관을 임명하면서 여당의 협상력을 현저히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갖가지 의혹으로 여당내에서 조차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를 보란 듯이 대동하고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잇달아 방문해 야당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자신이 정한 ‘원칙’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인사들은 “불통의 이미지를 지우고 소통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도민들에게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 어떤 액션을 취할 지 주목된다.

관료들의 입장처럼 “타당성조사를 거쳐 사업진행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박 대통령은 ‘신뢰’보다는 ‘불통’의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원칙’을 밀어붙이기만 하면 ‘불통’이 된다. 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협의를 하면 ‘소통’이 된다는 말을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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