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의석

춘천기독교연합회 상임총무

남춘천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요즘 우리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세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분이 있다. 전직 대법관 출신인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바로 그 분이다. 얼마 전 그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나르고 정리하는 모습과 함께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을 파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상에 올려져 많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언론 매체를 통해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근래 우리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의아해 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떻게 남부럽지 않은 사회적 지위를 가졌던 분이 어떻게 저렇게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그가 보여준 삶의 철학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독교적인 사상을 가진 서구에서는 때론 가족들과 시간을 갖기 위해 미련 없이 장관직이나 국회의원직을 사임하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그들이 보여 주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그들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 기준이 세상적인 명예나 물질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마태복음 23장 12절)”라는 말이 있다. 하비 목사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그들을 묶고 있는 네 가지 탐심의 사슬이 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탐심에 의해 묶임으로 말미암아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을 잃어갈 뿐만 아니라 그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들마저 파괴하는 무서운 결과가 올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탐욕과 탐심은 이타적인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삶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하나님 중심으로도 살지 못하게 한다. 자기를 위해서 사는 것은 이기적이요 탐욕적인 삶이다. 어떤 사람들은 언제나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과 탐욕이 강해서 끊임 없이 채우지 못한 욕구를 추구한다. 그들의 탐욕과 탐심은 고학력과 명문학교, 억대 연봉, 큰 집, 큰 자동차, 외제 차, 명품 옷, 명품 가방 등이 자신을 부요하게 하고 명품 인생을 만들어 줄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세상은 자기에게 이득이 되고 자기가 편한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 정치인은 자기가 하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한다. 사업가들도 자기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교묘하게 포장을 해서 그것이 ‘정의’라고 변명을 늘어 놓는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은 탐욕과 탐심이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삶일 뿐이다. 성경에서의 ‘정의’는 하나님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이다. 야고보서 1장 27절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 한마디로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삶이다. 경천애인의 삶은 우리들로 하여금 겸손하게 한다. 그것은 사람들의 탐욕과 탐심의 사슬들을 여지없이 끊어버리는 강력한 위력이 있다. 경천애인의 삶이야말로 평화로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보이지 않은 우리들의 작은 열망들을 채워가는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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