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정치부장

강원도가 청내 주요 보직과 산하기관의 실무책임자 등을 선발하기 위한 공모를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도체육회 사무처장과 도지사 정책자문보좌관,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범도민적으로 지원할 문화도민운동협의회의 사무총장을 공개모집하고 있으며 지사와 강원도의 ‘입’역할을 하게 될 도대변인도 다음 달 실·국장 인사에 맞춰 공모할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 감사원으로부터 해임권고를 받은 강원도개발공사 사장까지 공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김진선 지사 때부터 이러한 공모를 통해 임명된 인사들의 대부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매번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 10여년 전 일부 실·국장직을 대상으로 공모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전국의 여성을 대상으로 도보건복지여성국장과 도국제협력실장을 공모했지만 이들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이후에도 계속 공모를 통해 임명된 보건복지국장 가운데 육정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사무처장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뿐 나머지 국장들은 ‘실패작’이란 오명을 듣고 있다.김 전 지사는 또 기자출신의 외부 인사를 공보관으로 채용한 적이 있는데 결국,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사와의 마찰 등으로 좌초됐다. 홍보전문가라는 장점보다는 공직사회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공무원 조직과 융화하지 못한 단점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처럼 득보다는 실이 크고, 성공률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최문순 지사 역시 주요 보직을 공모를 통해 선발하고 있다. 최 지사 취임 초기 실시한 서울사무소장 공모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었고 동시에 추진하던 공보관(현 대변인) 공모는 도정과 공직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해 포기했다.

그런데도 강원도는 또 지사의 정치적 비전을 구체화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정책자문보좌관과 도대변인 등을 공모하거나, 하려는 것이다.

사실상 지사를 대신해 강원체육을 책임지는 체육회 사무처장 역시 사상 처음 외부수혈을 하기 위해 공모를 하고 있다. 체육회 사무처장의 경우 이미 응모자 대부분이 전·현직 공무원이거나 체육지도자로 도가 당초 의도했던 체육과 행정, 정무적인 판단 능력까지 갖춘 인물을 발탁하겠다는 의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원도는 공모와 관련, “적재적소에 훌륭한 인재를 임명하기 위해 ‘사심없이’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도청 안팎에서는 이미 체육회 사무처장과 정책자문보좌관의 ‘내정설’이 설득력있게 나돌아 어떤 식으로 결론 나든 상당한 후폭풍이 예견되고 있다.지사가 올바른 정무적 판단이나 결정을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정책자문보좌관의 경우 공모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눈가리고 아웅’식의 공모로 볼 수 있지만 ‘특정인’이 거론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직위는 굳이 공모를 하지 않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공모를 강행하는 것은 외형적으로 인사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강박관념’으로 보인다.

강원도처럼 인재풀이 척박한 풍토에서 공모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있다. 이미 일부 공무원들이 공모제를 악용해 ‘밀어내기 식’의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공모 만능주의에 빠져서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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