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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극장과 작은 영화관

허남우 2013년 09월 02일 월요일
   
▲ 허남우

문화부장

1970년대의 이야기다.

피땀 흘려 가꾼 곡식들을 수확하고 들판이 텅빈 모습을 보일 때쯤이면 마을에 가설극장이 들어왔다.

벼베기가 끝난 마을 근처 커다란 논이나 밭에 천막을 치고 밤마다 영화를 상영했다. 이들은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달 동안 마을에 머물렀다.

지금처럼 볼거리가 없던 시절이라 일년에 한번 찾아오는 가설극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커다란 나무 기둥을 세우고 덕지덕지 꿰맨 광목으로 지붕도 없이 천막을 만들어 임시 극장을 만든 이들은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남의 집 벽에 알록달록한 영화 포스터를 붙이고 오후면 마이크를 장착한 차량을 몰고 다니며 동네 사람들을 유인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녁 가설극장에서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00000를 상영합니다”하며 대대적인 유인작전을 펼쳤다. 마을 꼬마들은 차량 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낯선 문화에 신기해 했다.

광목을 스크린 삼아 상영되던 영화의 필름은 상태가 안좋아 화면에서는 ‘하얀 소나기’가 한없이 내렸고, 의자가 없어 거적때기를 깔고 바닥에 앉았어도 오랜만의 문화향유에 즐거워 했다.

발전기를 돌려 영화를 상영하던 때라 한편의 영화가 끝나려면 3~4차례나 정전이 되기도 했다.

20여리 떨어진 읍내에 영화관이 있었으나 굶주림 해결이 우선이던 시절이라 돈내고 영화를 본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바쁜 농사철에 땀흘려 일한 사람들은 추수가 끝난 후 마을을 찾아온 가설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보고 일년간 노동의 고통을 잊었다.

세월이 흘러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들어 오면서 가설극장이 마을을 찾아오는 일은 사라졌다.

한류붐을 타고 우리 영화가 외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내로라 하는 국제영화제에서도 잇따라 수상하고 있다. 한 달 관객 수가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 국민의 문화향유 실태조사를 보면 앞으로 경험하고 싶은 문화예술 활동으로 영화가 1위로 꼽히고, 최근 발표된 거대자료(Big data) 분석에서도 국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문화예술 장르가 영화로 나타날 정도로 한국인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지난해 도내에서 영화를 관람한 사람은 412만6326명으로 도민 1인당 2.69회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3.84회보다는 적다. 1인당 영화 관람횟수는 서울이 5.52회로 가장 많았고 전남이 1.72회로 가장 낮았다.

도내 18개 시군 중에서 영화관이 없는 시군은 13곳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관이 없는 전국 109개 기초지자체 중 20곳에 내년까지 ‘작은영화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역특별회계를 통해 지원되는 작은영화관 건립 사업에 도내에서는 삼척시·철원군·평창군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 지자체에는 최대 5억원의 국고가 지원되고, 국고 보조금과 동일한 금액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부담해 영화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홍천·영월·화천군은 자체 예산으로 영화관 설립을 추진한다.

문광부는 2017년까지 작은영화관이 90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전국의 지자체와 협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도시와 동시에 최신 개봉영화를 상영, 그동안 지역민들이 느꼈던 지역 간 문화격차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관람료도 지역 특성에 따라 대도시 지역에 비해 낮게 책정, 지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명 영화인들이 작은영화관에서 지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만나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교육행사도 마련할 방침이다.

문광부가 야심차게 기획한 작은 영화관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돼 문화소외 지역이 사라지고 시골에서도 대도시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동시간대에 관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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