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의회, 수해 원인부터 대립
시의회 “약사천 수해 인재… 국비 100억 우수관거 교체”
시 “타용도 전환 불가능… ‘국비 반납·공사 중단’ 될 것”

춘천시의회가 약사수변공원 조성사업에 필요한 예산 200억원 가운데 국비 1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시비 100억원을 삭감하면서 조성사업 추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의회는 국비 100억원을 약사천 상류 별당막국수∼춘천우체국간 우수관거 확장 공사에 쓰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춘천시는 국비 100억원은 수해복구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국비를 반납할 수 밖에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또 시비가 삭감돼 약사천 상류 수해지역에 대한 항구복구 사업이 중단되고 내년 장마철 수해를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춘천시와 시의회의 예산활용에 대한 이같은 대립은 약사천의 복구 방향에 대한 시각차에서 시작됐으며 근원적으로는 약사천 수해원인에 대한 이견에서 발단이 됐다.



■ 약사천 수해 = 천재 대 인재

지난 7월 14일과 15일 춘천지역에 시간당 최고 53㎜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약사천 상류인 춘천우체국 윗쪽 주택과 상가가 1m 높이로 잠기는 침수피해를 입었다.

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토목공학자인 박창근 관동대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 3개월 여에 걸쳐 수해 원인을 분석해 약사천 수해는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별당막국수∼춘천우체국 도로 하부에 있는 우수관거가 춘천시의 관리소홀로 제기능을 못하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인재라는 것.

우수관거 상단부에 60㎝의 보 4개, 하단에 보(토실) 3개, 약사천 유지용수 공급을 위한 관로(300㎜관 2개, 150㎜관 1개)를 설치, 통수단면을 40% 줄이면서 빗물이 우수관거로 흐르지 못하고 역류, 도로로 넘쳤다는 것이 근거다.

하지만 춘천시로부터 약사천우수관거 통수능력 용역을 맡아 수행한 안양헌 수자원기술사는 천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시 약사천 상류지역에 30분 동안 41.5㎜의 폭우가 내렸고 약사천 우수관거의 최대 통수능력인 10년 빈도를 뛰어넘는 30년 빈도 이상의 빗물이 유입됐기 때문에 천재라는 것.

또 박창근 교수의 통수단면 축소 주장에 대해 수압과 상·하류의 표고차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유속이 빨라지기 때문에 실제 축소된 통수단면은 3%에 그친다고 반박하고 있다.



■ 약사천 복구 = 수변공원 조성 대 우수관거 확장

수해가 발생한 약사천 상류 별당막국수∼춘천우체국 구간은 약사천 복원 3단계 구역이다.

해당지역 우수관거를 철거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리려는 계획이 2009년부터 수립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수해가 약사천 복원 3단계 구역에 집중되면서 복원 방향에 대해 춘천시와 시의회의 이견이 생기기 시작했다.

춘천시는 당초 계획대로 우수관거를 철거, 복개 하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고 인근 주택을 매입, 도로와 공원을 조성하는 약사수변공원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반면 시의회는 약사천 복원 1,2단계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 만큼 3단계 사업은 현재 매립된 우수관거를 철거하고 용량이 큰 우수관거를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 약사천 복구 예산 = 200억원 대 100억원

시는 약사천 복원 3단계 구역의 항구 복구를 위해 수변공원을 조성키로 하고 국비와 시비 등 3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번 추경예산에 국비 100억원과 시비 100억원 등 200억원을 편성했으며 내년 예산에 1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약사수변공원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의회는 이번 임시회에서 표결대결 끝에 시비 100억원을 삭감했다.

해당 구간을 수변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막대한 시비가 투입되는 만큼 국비 100억원으로 우수관거만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시는 국비 100억원이 약사천 복원 3단계 사업용으로 지원됐기 때문에 수해복구 사업인 우수관거 교체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국비를 반납할 수 밖에 없고 별당막국수∼춘천우체국 구간 수해복구 사업은 중단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해당 구간 도로변 주택 소유자 및 상인 40여 명이 춘천시로부터 보상을 받아 이주하겠다며 시의 계획을 지지, 시와 시의회의 대립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운교동 주민 임종학 씨는 “별당막국수∼춘천우체국, 몸짓극장 윗쪽 주민들이 춘천시의 계획대로 약사천 복원 3단계 사업이 시행되기를 원하고 있는데 시의회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시비 100억원을 삭감했다”며 “시비가 빠른시일내에 다시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춘천/김기섭 kees2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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