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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금융에 대한 무지

송정록 2013년 12월 16일 월요일
   
▲ 송정록

경제부장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도민상호저축은행이 문닫기 몇 달 전 일이다. 춘천상공회의소 간부와 함께 방문할 일이 있었다. 상의 쪽에서는 명색이 본사가 춘천에 있는 업체가 회비도 납부하지 않는 등 지역에 최소한의 성의도보이지 않자 이 문제를 협의하러 가는 길이었다.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나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지역인사의 낯선 방문에 경계하고 긴장하던 임원들의 그 표정뿐이다. 당시에는 어이없기도 했지만 그들이 왜 경계했는지는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전말을 알게 됐다. IMF의 경제위기를 틈타 지역자본을 집어삼킨 정체불명의 외부 금융자본은 외부와 담을 쌓은 채 강원도 돈을 그들의 수중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스스로 쌓아놓은 견고한 성 안에서 정말 원없이 흥청망청 거리다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상처만 가득하다. 원금을 떼인 고객들은 아직도 돈을 받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다. 이 은행을 인수한 서울의 금융자본은 들어서자마 구조조정에 나섰다. 어차피 그들에게 큰 돈 되지 않을 사업이었지만 지점폐쇄와 구조조정으로 그들의 존재감을 지역에 알렸다.

동양증권사태도 마찬가지다. 시중금리의 두배가 넘는 고금리는 가뜩이나 살기 팍팍한 지역주민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혹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내세운 고금리는 사익(社益)에 불과한 신기루였고 이번에도 그 피해는 지역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 두사례 뿐만이 아니더라도 외부 금융자본의 지역에 대한 공세는 다분히 약탈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수도권 시장에서 밀리면 그 희생양을 지방에서 찾는 다른 산업·유통자본의 침투방식과도 비슷하다. 외부 금융자본은 지역자본의 진공청소기 같은 역할을 하고 결과적으로 중앙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키는데 봉사한다.

그만큼 지방은 외부 금융자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흔히 강원도를 인구나 지역내총생산(GRDP)의 예를 들어 전국 대비 3% 경제라고 한다. 그러나 금융은 다르다. 예금은행의 여수신비율을 보면 강원도는 지난 1997년 전국대비 1.8%의 점유율을 보였지만 2009년에는 1.2%로 줄었다. 전국 평균을 100으로 전제한 뒤 1인당 여수신금액을 산정한 결과 강원도는 이 기간 54.8에서 40.8로 감소했다. 금융을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혈관으로 비유한다면 금융시장에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강원도는 혈관을 외부에 내주고 있는 셈이다.

지역 금융이 축소되면 지역산업의 쇠락이 가중된다고 한다. 강원발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선진 71개국의 1960~1995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융심화 정도가 장기경제성장률과 정(正)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제라도 지역금융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역금융에 대한 논의도 그만큼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강원도의 성찰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시점이다. “사상과 지식, 예술과 친절은 그 본성상 국제적이어야 하지만 물건은 가능하면 국산품이어야 한다. 특히 금융은 더욱 그렇다.” 요즘 다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경제학자 케인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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