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정치부장

최근 ‘국가위기관리와 언론의 기능’을 주제로 언론중재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접경지역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많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강원도 지역의 기자로 관심이 가는 주제였다.

정부와 언론이 공동으로 ‘국가의 이익’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국가위기관리가 필요한 비상상황때 군은 ‘기밀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는 반면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상대적 대척점에 서 있는 양쪽의 ‘간극’이 매우 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토론회였다.

군은 토론내내 일관되게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언급할 경우 발생하는 신뢰도 추락 부분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 기밀보호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변한 반면 언론은 이러한 군의 행동을 ‘잘못을 은폐하려는 조치’로 이해하면서 치열한 논리적 공방을 벌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1996년 강릉에서 발생한 북한잠수함 침투사건 이후 국방부가 ‘일일브리핑’제도를 만들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열심히 설명했다.

북한잠수함침투 사건때 군은 군사기밀을 내세우며 무조건 감추는 것으로 일관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사건발생 시간 등을 여러 차례 번복하는 등 브리핑 내용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해 불신을 자초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강릉 북한잠수함침투사건때 신문과 방송 등 모든 언론들은 국가안보 위기때 효력을 발생하는 취재보도 가이드라인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치열한 보도경쟁을 벌여야 했다.

군은 이때 발생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일브리핑’을 신설, 운영하고 있으며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언론이나 국민과의 충실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국지와 방송사 기자들은 “북한잠수함 강릉침투사건때도 그렇지만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태때도 언론이 이해할 만한 브리핑은 없었다”며 국방부의 일관성 없는 정보공개를 질타했다.

이처럼 일일브리핑이 알맹이 없이 진행됐다고 하지만 이러한 ‘부실 브리핑’조차 국방부에 출입기자를 두고 있는 전국지나 중앙 방송의 차지였지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역지들에게는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었다.

당시 강릉 북한잠수함침투사건을 취재한 지역언론은 통신사나 전국지 취재기자들에게 귀동냥을 하며 새로운 소식을 얻고 취재에 나서기 일쑤였다.

1996년 9월18일 새벽 강릉 안인진리 대포동앞 해상에서 택시기사에게 발견되면서 시작된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이 이해 11월초까지 50여일간 강원도 일대를 전시상태로 몰아넣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전쟁의 공포를 심어줬지만 해당 지역의 언론은 ‘정보의 부재’로 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다.

무장간첩들이 칠성산과 괘방산, 망덕봉 일대를 헤집고 다니고 공비루트로 불리는 노선을 따라 북상을 시도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위해를 가했지만 정작 지역언론은 눈뜬 장님이나 다름없었다.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사단이나, 군단, 1군사령부 등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해 지역주재 기자들의 원성을 샀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는 부작용도 발생시켰다.

군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없었던 지역기자들은 정보기관이나 경찰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군사기밀까지 누설하는 일까지 발생시킨 것이다.

강릉 잠수함침투사태에서 보듯이 국가안보는 중앙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안보는 지역에서부터 지켜져야 한다. 특히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접경지역 기자들에게는 국가위기상황에 준하는 브리핑제도를 만들어 정례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군과 언론과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정치나 행정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군도 이제는 자치시대에 동참해야 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