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은 이제 현실이다

▲ 자현 스님

월정사 교무국장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지난 7일 개막했다. 화합 속의 경쟁이 전 세계를 울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평창이 소치를 이어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형제 같은 관계가 되었지만, 예전 경쟁하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소치는 평창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던 도시다. 그러나 전 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이자 분단도인, 강원의 평화에 대한 간절한 외침은 마침내 동계올림픽이라는 염원을 성취해 내게 된다. 그러나 평창이라는 팻말이 세계에 내보이던 바로 그 순간, 동계올림픽은 이제 강원도의 희망에서 현실로 변모하게 된다.

흔히 평창 동계올림픽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평창·강릉·정선이다. 그런데 이들 세 곳을 합친다 해도, 현실적인 경제력은 광역시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림픽은 천문학적인 투자가 밑받침되는 세계인의 축제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축제 후의 후폭풍 역시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잘 준비된 올림픽은 강원도를 세계로 도약시키는 초석이 될 수 있는 반면, 조금만 방심하면 거대한 쓰나미의 저주가 도래할 것이다.



문화올림픽은 선택 아닌 필수

동계올림픽의 힘이자 강원도의 자랑은 겨울의 낭만, 즉 설국이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넓혀서 본다면, 이는 프랑스의 몽블랑이나 히말라야 설산의 장엄함에 비견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수직적인 비교가 가능한 것, 이것이 자연이다.

그러나 문화는 다르다. 문화는 자연환경과 달리 동일 잣대로 비교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문화는 수직적 우월의 논리가 아닌, 수평적인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된다. 그러므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선택은 자연이 아닌 문화여야만 한다. 즉 강원은 자연에 의해서 올림픽을 유치했지만, 그 귀결은 문화여야 하는 것이다.



기록의 나라와 세계유산

동계올림픽 지구인 평창·강릉·정선에는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유산이 3가지나 있다. 첫째는 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다. 그러나 단오가 5월 5일이라는 점에서, 단오제는 동계올림픽과는 어우러질 수가 없다. 둘째와 셋째는 오대산사고에 모셔져 있었던,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세계기록유산을 11종이나 보유하고 있는 기록의 나라이다. 이 중 2가지가 월정사가 관할한 오대산사고와 관련된다.

오대산사고본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강제 반출됐다. 이것을 월정사 주지스님 이하 문화재환수위에서 다시 반환 받기에 성공한다. 국가도 하지 못한 일을 민간이 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록과 의궤는 아직 강원도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즉 강원도는 세계기록유산을 가지고도 이것을 동계올림픽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문화올림픽의 성패는 강원도의 부침과 직결된다. 이 핵심에 바로 실록과 의궤가 있다. 그러므로 강원도민은 하나로 힘을 모아 강원의 유산을 강원으로 되돌리고, 이를 다시금 세계인과 나눌 수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동계올림픽의 어두운 그림자를 밝은 비약으로 변모시키는 반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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