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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표맥(票脈) 그리고 스포츠맨십

이호 2014년 03월 24일 월요일
   
▲ 이 호

레포츠부장 겸 뉴미디어부장

최근 몇몇 체육 종목 단체장과 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근황을 묻자 대뜸 “때가 때인 만큼 만나자는 사람들이 많지만 피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선거철이 되긴 된 모양이다. 누구누구 진영으로 분류돼 봐야 좋을 게 없어 일단 피하고 있지만 나중에 괘씸죄로 찍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동창회관련 일도 하는 또 다른 체육단체장은 “만나자는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예비후보별로 돌아가면서 만나는 중이다. 지자체가 갑이면 우리 같은 단체는 을이다. 될 만한 후보의 눈 밖에 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심경을 토로했다.

누가 어느 후보 캠프에 있고, 어디는 누구쪽으로 서는 것 같다는, 그들끼리의 정보가 한참 교환된 뒤에야 자리를 끝낼 수 있었다. 6·4지선은 투표일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지역의 현안과 이슈는 물론 사람간의 네트워킹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엘리트나 생활 체육 가릴 것 없이 체육단체들은 이 블랙홀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는 다시없는 신선한 먹잇감 신세가 된 모양새다.

체계화된 조직을 갖추고 상시 운영 중인 종목별 체육단체들은 선거에 뛰어든 정치인과 그 캠프의 가장 우선되는 공략 대상이 된지 이미 오래다. 과거나 지금이나 많은 정치인들이 사조직으로 여전히 산악회를 만들어 운영하거나 무임승차해 주인행세하고, 될 수만 있다면 프로나 아마추어 가리지 않고 체육관련 단체의 장을 맡으려는 모습만 봐도 선거에서 체육계의 활용가치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동호인 수준을 넘어서는 생활체육 단체들은 결집력을 갖춘 잘 짜인 유권자들의 결사체나 다름없다. 출마자 입장에서는 무작위적인 명함 살포와 같은 발품팔이보다 노력 대비 성과가 확실한 ‘표맥’(票脈)이 아닐 수 없다.

체육단체 입장에서도 특정후보 ‘줄대기’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자치단체장이 예산을 무기로 사조직처럼 만들어 놓는 게 체육단체의 현실인 상황에서 자신이 충성(?)을 다한 후보가 선거에 당선되는 것은 차후도 확실히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 같은 상호 이해관계가 상호 삼투압 효과를 일으키면서 체육단체 관계자들이 각 후보캠프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당 수 지역의 자치단체장 예비후보 캠프에 전·현직 체육관련 단체의 장들이 직·간접적으로 몸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스포츠와 선거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경기 후 변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느끼는 반면 선거에서는 분열과 갈등이라는 긴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체육관계자들 사이에서 선거하면 회자되는 사례가 있다. 4년 전인 2010년 6·2지선 당시 도내 한 지자체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체육계가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양분됐다 선거가 끝난 후 깊게 갈라진 골 만큼이나 심각한 후유증을 앓아야 했다.

패한 후보 진영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보복이 길게(?) 이어진 것이다. 체육관계자는 “반대 진영을 지지했던 인사들이 고사(枯死) 작전의 희생양이 됐다. 갖은 방법이 다 동원됐다. 이후 보복에 나선 단체장이나 패한 후 등을 돌린 후보 모두에 대한 비난이 높았다”고 전했다.

스포츠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이 지방자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체육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갈수록 현실은 이번 선거가 끝난 후 또 한번 골 깊은 생채기를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귀착되고 있어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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