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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는 ‘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롭나

이호 2014년 05월 19일 월요일
   
▲ 이 호

레포츠·뉴미디어부장

세월호 참사 직후 국민들을 더욱 참담하게 만들었던 고장난 국가재난안전시스템의 배경에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강원도 자치단체 실정을 들여다봤다. 모든 퇴직 행정관료 출신을 싸잡아 ‘관피아’로 분류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억울할 만도 하겠지만 자치단체 산하 및 출자 기관, 협회 등 관련기관의 이른바 알짜 자리에는 그들(?)이 폭넓게 포진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해당 기관은 이들이 자리에 앉을 때마다 공모와 추천위원회의 엄정한 심사 등 적법 절차에 따라 자격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했다고 내세운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랜기간 행정업무를 본 만큼 해당 기관을 잘 알고 있는 관료가 그 자리에 앉는 것을 ‘전문성’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그네들의 입장이다. 그럴듯한 주장같지만 관피아 논란의 핵심은 방만경영과 공정성이다. 일부 기관의 경우 그들이 그렇게 검증했다고 강조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이룬 성적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봐도 도저히 도민들에게 내밀 수준이 못된다.

관료출신들이 소위 높은 자리에 들락날락했던 강원도개발공사를 보자. 강원도개발공사는 안전행정부의 2014년 지방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4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기록하는 등 경영 낙제점을 받았다. 강원도개발공사의 최근 5년간 적자 실태를 보면 2009년 224억원, 2010년 519억원, 2011년 461억원, 2012년 304억원, 2013년 222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채무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9년 8032억원을 차입한 것을 비롯, 2013년 말에 차입금 1조원을 넘어섰으며, 이자 부담액도 2007년 9억원에서 2013년 390억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말 안전행정부는 강원도개발공사 경영평가 결과 16건의 개선 명령을 내렸다.

현재 강원도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는 강원FC 사태의 본질인 방만 경영과 횡령 의혹의 중심엔 행정관료 출신 인사가 있다. 강원FC는 창단 이후 사무처를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돼 왔지만 기본적인 감사시스템조차 작동되지 않았다.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이번 감사에서 일부 확인된 사항만 보더라도 도민 한명한명의 주식으로 어렵게 출범한 강원FC 사무처가 얼마나 방만한 경영을 해 왔는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춘천시에서는 관료출신의 한 산하기관장 후보추천을 놓고 시장의 사장 임명권 남용 논란이 거세지면서 시장과 야당 시의원들의 갈등이 심각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행정관료를 자리에 앉히기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돼온 ‘전문성’, ‘엄정한 심사 추천’ 등이 도민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산하기관과 공공기관 장 모두를 관피아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하지만 제대로된 특정 분야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에 적합한 인사가 공모 절차를 밟아 선임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내정자를 정해놓고 들러리 후보를 세우는 관행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관피아가 한국 사회 전반에 퍼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공직자윤리법이 허술한 까닭이 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이 ‘퇴직 전 5년’ 동안 일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는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취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그러나 산하기관이나 국가·지방사무를 위탁받은 민간협회 등에는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이 제한되지 않는다.

일본이 2008년부터 퇴직관료 취업을 1회에 한하고 미국은 재취업 금지기간을 업무 관련성에 따라 아예 금지하거나 1년, 2년 등으로 구분해 나눠 놓고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5년까지 징역형을 적용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분노의 크기만큼 관료 사회의 준엄한 개혁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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