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송재

변호사

지난 한 달 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브라질 월드컵이 숱한 화제와 논란을 남기고 모두 마무리 됐다. 그 중 월드컵 기간 우리나라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논란은 바로 ‘의리 축구’ 논란이었다. 원래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로 사람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올바른 덕목 중 하나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월드컵에서는 ‘의리 축구’가 수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며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홍명보 감독이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는 평소 원칙을 깨고 과거 본인과 친분이 있거나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을 원칙과 무관하게 선발하면서 ‘의리 축구’가 논란이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원칙에 벗어나 선발된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물론 홍명보 감독에게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겠지만 적어도 이번 월드컵 엔트리는 ‘원칙 있는 대표팀 운영’과 ‘감동적인 축구’를 원했던 국민들의 바람과 거리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법조계에도 케케묵은 ‘의리 논쟁’이 있다. 바로 ‘전관 예우’ 논란이다. 사실 ‘전관 예우’ 논란은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연’, ‘지연’ 등을 이용해 사건을 선임하고 ‘의리’를 내세워 승소하려고 하는 법조계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처음 변호사를 개업했을 때 의뢰인들이 찾아와서 누구나 할 것 없이 꼭 묻는 말이 있었다. “혹시 변호사님은 아무개 판사님과 친하세요?” 의뢰인들이 변호사에게 사건에 대한 질문에 앞서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판사와의 ‘의리’가 있어야 승소할 수 있다는 뿌리 깊은 사법계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러한 의뢰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사건을 수임할 때 재판장이나 주심과의 연줄을 이용해 고가의 수임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리’ 판결의 문제는 그 실체를 떠나 가장 공정해야 하는 재판의 권위를 떨어뜨려 법조계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판결이 ‘의리’로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의리 판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국민 의식의 변화, 그리고 법조계의 끊임없는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곳에서 1년 동안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관예우 방지법’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변호사는 현직 판사와의 연줄을 이용해 사건을 선임하거나, 본인이 선임한 사건의 담당 판사와 사적인 친분을 내세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등의 일을 삼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국민들도 더 이상 ‘의리 판결’을 기대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법원에 자신의 상황을 호소하고 정정당당하게 판결을 받고자 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의리’는 본인의 희생이 동반되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다. 본인의 이익을 얻기 위해 ‘의리’를 이용하게 되면 오히려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칠 뿐이다. 이런 점에서 법조계에도 ‘나쁜 의리’가 척결되어 국민들의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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