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남우

부국장 겸 문화부장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문화가 있는 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밝힌 국정운영 4대 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다양한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어 국민들이 보다 쉽게 문화생활을 누릴수 있도록 지난 1월부터 시행한 제도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관 관람비를 5000원으로 할인(저녁 6∼8시)하고 스포츠경기는 절반 가격에 입장할 수 있는 등 전국의 다양한 문화시설의 요금을 할인받거나 무료로 즐길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시행 첫 번째인 지난 1월 29일 서울 대한극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3D 애니메이션 ‘넛 잡(Nut Job)’을 관람하며 인사말을 통해 “오늘은 첫 번째 문화가 있는 날”이라며 “어린이 여러분도 어릴 때부터 영화나 공연 등을 자주 접하면서 미래를 꿈꾸고 상상력을 발휘하면 감성이 더 풍부해지고 창조력이 있는 인재로 자라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월에는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대학 신입생 등과 함께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관람했다. 젊은 세대와 호흡하고 어려운 여건에 놓인 창작 뮤지컬계를 격려하며 ‘문화가 있는 날’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세월호 참사로 취소됐던 문화예술체육관광 관련 행사가 조심스럽게 재개되자 6월에는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 간송문화전’이 열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았다.

이처럼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자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허창수 회장 명의로 회원사들에 ‘문화가 있는 날’ 캠페인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내 직장인들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문화가 있는 날’에 정시 퇴근을 장려하거나 사내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정부가 ‘문화가 있는 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은 강원도의 열악한 문화환경이다. 서울의 경우 ‘문화가 있는 날’에는 국립극장과 국립국악원 등에서 특별 무료 공연을 진행하고 경복궁과 창덕궁의 문화재를 무료로 개방한다지만 지방에서 평일에 찾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프로축구나 프로야구는 아예 열리지도 않아 강원도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더욱이 가족 또는 친구들과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즐길수 있는 시간이 주말인데 ‘문화가 있는 날’은 평일인 수요일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된다. 직장인들은 할인된 가격에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상사의 눈치를 보며 서둘러 퇴근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평일날 가족들과 함께 ‘문화가 있는 날’을 즐기기는 더 더욱 어렵다.

이왕에 시작한 ‘문화가 있는 날’ 행사가 모든 국민의 성원속에 정착될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려 격월이라도 주말에 시행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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