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욱현

강원도립극단 예술감독

올해 강원도 문화예술계에 살짝 큰 일이 있었다. 1990년에 창단된 경기도립극단에 이어 우리나라에선 두 번째로 강원도립극단이 작년 말에 창단되어 올해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초대 예술감독으로 올해 1월 2일 첫 출근했는데, 4개월 만에 창작극 ‘허난설헌’을 쓰고 올렸으니, 번갯불에 콩을 제대로 볶았다. 사실 불가능했지만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결국은 해냈다. 그런데 제작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춘천 창단 공연을 준비하는데 주변에서 겁을 줬다. “춘천엔 순수 연극을 보러 오는 관객이 별로 없어요.” 춘천이 그 정도면 첫 순회공연지로 계획되어 있었던 평창이나 태백은 어땠을 것인가. 지역 관계자들 모두 걱정된 눈빛으로 도립극단의 첫 행보에 걱정을 던졌다. 이제 속초, 강릉, 원주까지 6개 도시 순회공연을 마치고 경주까지 가서 ‘국공립극단 페스티벌’에 첫 참가를 마친 지금, 새내기 도립극단은 전 도시 만석 공연이라는 행복한 기록을 남겼다. 오만이나 자랑이 아니다. 5명뿐인 도립극단 직원들의 열성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가는 지역마다 보여준 강원도민의 ‘관심과 애정’이 컸다. 도립극단이 생겼다는데…하며 객석을 가득 메워준 관심도 놀라웠지만 두 시간여의 짧지 않은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끝없이 이어지던 관객의 박수소리는 애정 그 자체였다. 물론 출연진과 제작진이 보여준 작품의 퀄리티가 그 근간임은 당연한 이야기다.

공연을 하는 동안 첫 작품이 왜 ‘허난설헌’이었냐는 물음이 많았다. 강원도립극단의 창단 배경과 목적은 뚜렷하다. 다가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수많은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그 때, 강원도에서 자력으로 문화잔칫상을 차리자는 목표이다. 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와 그 기간 공연하고 지갑 챙겨 전부 사라져 버리는 풍경을 만들지 말잔 얘기다. 올림픽 이후에도 경기장과 제반 시설이 강원도에 남아있듯이 한국적이며 강원도적인 소중한 문화예술유산이 강원도에 고스란히 남아있자는 얘기며 올림픽 이후에도 보물을 쏟아내는 ‘흥부 박’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강릉이 고향인 조선중기의 여류시인이자 중국 일본에서도 이름을 떨친 최초의 한류 여류시인 허난설헌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도립극단의 공연을 통해서 사람들은 책 속에만 숨어있던 허난설헌을 살아있는 인물로 만나게 되었고, 향후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확대 재생산 될 수도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것이 기초예술인 연극의 힘이다. 이제 예술감독으로서 다음 작품 고민이 벌써 시작되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강원도적인 게 뭐란 말인가! 번뜩 떠오르지 않는다. 원주에는 매지농악이 있고 강릉에 관노가면극이 있고 정선아리랑도 있다. 그리고 강원도 골골마다 전설과 설화와 민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춘천에 김유정, 평창에 이효석, 양구에 박수근,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은 인제가 고향이다. 선양인물들도 골골마다 많이 있다. 그리고 강원도 땅의 현대적 화두도 소재가 될 수 있다. 행복한 고민이다. ‘강원도 고유의 이야기가 분명 있지만 전국 단위의 홍보는 부족하다’는 게 필자의 현재 현실 인식이다. 강원도립극단은 강원도의 멋을 전국에 해외에 알리는 첨병이 되고자 한다. 부디 창단에 보여준 ‘관심과 애정’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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