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송재

변호사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로빈 윌리엄스가 향년 6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사실 필자에게 키팅 선생님은 영원한 캡틴이자 스승이었다. 필자는 입시로 힘들었던 학창 시절,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또 보며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에 늘 새로운 힘을 얻었었다. 그랬기에 키팅 선생님,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필자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은 미국 명문 웰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의 교사로 부임한다. 키팅 선생님은 학창 시절 주입식 교육을 받고 지옥과 같은 입시를 거쳐 다시 웰튼 고등학교에 교사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키팅 선생님은 오히려 자신이 경험한 주입식 입시 위주의 교육을 거부하고 제자들에게는 마음으로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교육한다. 또한 키팅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사회가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인생을 살라고 조언하고,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즐기라고 강조한다. 아마 키팅 선생님도 명문 웰튼 고등학교에서 이런 파격적인 교육을 하게 되면 아이비리그와 의대를 많이 보내는 것이 목표인 학교,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키팅 선생님은 잘못된 교육과 사회의 악습에 철저히 맞서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런 키팅 선생님으로 인해 학생들은 점차 사회와 학교가 강요하는 정형화된 삶의 틀을 깨고 자기만의 독특한 인생을 그려나간다.

필자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서 키팅 선생님이 사무치도록 그리운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20대 꽃다운 나이에 윤모 일병이 군내 가혹행위로 숨졌다. 법적으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냐 아니면 상해치사냐가 쟁점이 되었는데 결국 군 검찰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그러나 가해자들을 ‘어떤 형벌로 다스리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내 가혹행위를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국방부는 인권교육을 강화하기로 하고, 가해자들을 일벌백계하기로 하였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군대 내 가혹행위가 근절될 것 같지는 않다. 왜냐 하면 우리 군대의 제도나 군법에 문제가 있어서 가혹행위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이어져 내려온 우리 군의 폭력적인 문화와 이를 당연시 생각하고 은폐하려는 악습이 끊어지지 않는 한 군대 내 가혹행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키팅 선생님과 같이 악습을 온 몸으로 경험했지만 이러한 악습을 본인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끊어버리려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캡틴’이 있어야 잘못된 문화는 사라질 수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일병에게 가혹행위를 저지른 이 병장도 사실은 가혹행위의 피해자였다고 한다. 만약 군대 내에 선임병 중에 그 누구라도 불이익을 각오하며 이러한 악습에 맞서 정의와 인권을 위해 싸웠다면 아까운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법을 공부하며 느낀 것이 있다. 우리 법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악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법망을 피하여 기존의 악습을 존속시키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악한 것이다.

인간의 삶의 목적이 경쟁과 승리, 그리고 부와 권력을 쟁취하는데 맞춰져 있는 한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사회는 결코 아름다워질 수 없다.

키팅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악습을 끊어낼 수 있는 진정한 캡틴들이 많아지기를 소원해 본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