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원

원불교 강원교구 교무

우리는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식후에 커피 한잔을 마셔야 개운하다고 한다든지, 수돗물로 샤워할 순 있어도 마시는 물은 사먹어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러하다. 상식으로 이해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면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언제부터 이러한 것들이 우리 삶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는가?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에서도 식후에 인스턴트 커피믹스 한잔 마시는 풍경과 우리가 생수를 돈 주고 사먹는 모습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아무리 정부에서 수돗물이 안전하니 안심하고 마셔도 좋다며 홍보하지만 이제는 운동 후에 학교 수도꼭지 앞에 줄서서 물을 마시는 풍경을 보기 어렵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너무나 당연한 삶을 살고 있다. 100이면 100명 모두 동시에 출발하여 단 하나의 결승점을 향해 한 방향으로 달려 나가는 뻔한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게임은 필연적으로 1등이 있고, 2등이 있으며, 순위가 뒤로 밀릴수록 게임의 낙오자가 된다. 1등과 순위권 외에 나머지는 그저 상위클래스를 빛나게 해주는 조연밖에 되지 않는다. 이 얼마나 재미없고 당연한 게임인가. 세상은 당연하지 않거나 생각조차 못했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되고, 당연한 것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는 예측 불가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 개인의 삶은 성공과 실패가 분명하고 그것이 너무도 당연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는 우리의 인생을 ‘이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야’라고 자신에게 당당한 선언을 해보자.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 수 있는 당연한 개성이 있다. 우리가 어릴 적 열심히 읽던 위인전을 생각해보면 타인의 인생을 흉내 내어 위인이 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각자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개성에 맞는 자신만의 당연한 삶을 산 사람들이다. 부처님도 자신만의 당연한 삶을 찾기 위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왕위를 버리고 카필라성을 나와 출가를 하셨다. 사회적 지위와 사람들의 평가가 우리 자신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빛나게 해주진 않는다. 자신만의 빛을 발할 수 있는 가치는 오직 나에게서만 찾을 수 있고 우리는 그러한 관점을 우리의 삶에 새로운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 중 하나’의 삶이 아니라,‘오직 나’의 삶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삶을 살 때 우리 모두는 동시에 출발을 하더라도 모든 방향으로 제각기 달려가 게임 참가자 모두 1등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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