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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비인기종목 선수의 눈물

이호 2014년 10월 06일 월요일
   
▲ 이 호

레포츠 부장

저서 ‘21세기 자본’으로 촉발된 ‘피케티 신드롬’이 거세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 저자인 토마 피케티 교수는 프랑스 소장파 경제학자다. 그는 저서에서 20여개 나라를 대상으로 300년에 걸친 방대한 세금 통계를 분석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지면서 성장할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입증했다. 나아가 이런 경향이 심화되면 소수의 최상류 부유층이 부의 상속을 통해 부를 누리는 세습자본주의로 귀결된다고 경고했다.

피케티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미국과 함께 지속적으로 불평등이 증가한 대표적인 나라로 분류됐다. 그의 저서는 하버드대학 출판부의 101년 역사상 한 해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정치권까지 움직이게 만든 한국은 마치 그 열풍의 진원지 같다. 이 같은 열풍의 배경에는 소득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현실에서 소위 ‘돈이 돈을 번다’는 그의 주장에 대중적 공감이 촉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한 그의 해법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논란을 떠나 그의 문제제기 자체가 그 만큼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노동으로 버는 돈보다 자본으로 버는 돈이 훨씬 큰 만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그의 문제제기를 한국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그 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한창일 때 ‘21세기 자본’을 펼친 때문인지 책을 읽다 문득 두 개 종목의 시상식 장면이 떠올랐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허탈해 하는 ‘비인기 종목’ 선수의 시상식 모습과 그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스포츠인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에 환호하는 장면이 겹쳤다.

한국 야구는 지난달 28일 대만을 힘겹게 이기고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제패에 성공했지만 우승과 별개로 숙제도 남겼다. 대만, 일본은 한국과 함께 아시아 3강으로 꼽히지만 속내를 보면 한국과 객관적 전력차가 뚜렷하다. 대만은 최정예 멤버가 아니고 일본은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출전했다.

아시안게임이 일부 프로 선수들의 ‘합법적인’ 병역혜택을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부와 명예의 정점에 서 있는 프로 선수들이 아마추어 대회에서 병역 혜택까지 넘보는 게 정당한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환호하는 야구 선수들을 떠올리면서 9월 22일과 28일, 10월3일 열린 팀 이벤트, 레구, 더블 세 종목 결승에 모두 진출, 3개의 은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세팍타크로 남자대표팀의 ‘맏형’ 김영만(태백출신)선수가 떠올랐다. 연이어 은메달 시상식대에 선 그의 표정엔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미안한 감정이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결혼해 두 아이까지 둔 김영만은 반드시 금메달이어야만 했다. 현실적인 이유가 그 만큼 절박했다. 세팍타크로 선수들은 비인기 종목의 특성상 군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상무나 경찰청 입단은 몇몇 인기 종목이나 가능하다. 세팍타크로 종목은 아예 없다. 10여년을 현역으로 뛰어온 선수가 일반 군으로 입대한다면 은퇴 여부를 결심해야 한다. 특히 김영만은 내년 2월 대학원 졸업을 마치면 곧장 입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노력의 대가가 모두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다 쉽게 가져간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그 만큼 클 수밖에 없다. 현재진행형인 피케티 열풍의 이면에는 급속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있다. 아시아 2위 목표 달성이라는 애국심 뒤에 감춰진 한국스포츠계의 골 깊은 양극화라는 민낯을 정면으로 마주한 것 같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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