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섭

경제부장

소비자들이 더이상 얌전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들의 반격은 해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도소매시장을 거쳐 매장에 진열된 값비싼 상품을 구입하는 오프라인 쇼핑 대신 유통과정을 간소화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고 있다. 수동적인 소비문화에서 능동적인 소비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직구’라는 낯선 단어가 소비자층을 파고들더니 올해는 열풍이 불 정도로 확산속도가 빠르다.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지식in에 오르는 ‘해외직구파’들의 상품 구입기(일명 후기)는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안 된다. 이제는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 제품, 가격 할인 정보가 낱낱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다. ‘글로벌(Global)’이라는 단어가 1980년대 만들어진 후 요즘처럼 한국 소비자들에게 피부에 와닿은 적이 없다.

해외 직구 열풍은 최근 미국 연말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블랙프라이데이 직후 상품 배송 대행업체들의 고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9배까지 늘었고 배송대행 신청 건수도 7배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해외직구 1조원 시대를 연지 불과 1년만에 2조원을 눈앞에 둘 정도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가격’에 있다. 최근 해외 직구와 관련해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소비층의 한 부류가 예비부부다. TV부터 그릇, 이불까지 혼수용품을 국내 대신 해외 직구로 마련해 수백만원을 아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내 오픈마켓 형태의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태블릿 PC 보급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쇼핑몰 규모가 커진데다 오픈마켓·소셜커머스, 홈쇼핑 등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진화는 매출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온라인쇼핑몰의 매출액은 2010년 25조2000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38조5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4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격’,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만든 시대상이다.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의 큰 차이는 바로 유통 과정이다. 소비자들은 여러 차례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거품’ 낀 비싼 제품을 더 이상 오프라인에서 사려고 하지 않는다. 1%의 가격차도 허용되지 않는 온라인 쇼핑 시대에서 오프라인 쇼핑 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제 강원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유통과정이 단순화된 온라인 쇼핑 시대는 분명 도내 기업들에게 과거 지역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시장을 도내에서 국내, 더 나아가 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로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방’이라는 지리적 한계는 더이상 무의미하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한우 등심을 온라인 쇼핑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대량 판매할 수 있고 전세계 소비자들이 강원도 기업들이 생산하는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역직구’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강원도와 유관기관은 도내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제품을 국내 소비자는 물론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도내 우수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강원도에서 생산된 우수 제품이 국경을 넘어 미국, 독일, 인도 중소도시에서도 유통되는 그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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