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해산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민주주의의 승리로, 반대편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이라고 한다.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단어도 등장한다. 정당 해산과 방어적 민주주의의 의미를 쉽고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헌법학자로서의 책무로 여겨졌다.

민주주의에서 모든 국민은 평등하므로 어느 누구의 생각도 다른 사람의 생각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비록 그가 무정부주의를 찬양하건 군주제의 부활을 주장하건 심지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지지하더라도 이를 금지할 수 없다. 이를 가치상대주의라고 한다. 가치상대주의를 전제로 하는 민주는 모든 이념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추구 이념이 동일 유사한 사람 간의 결합은 정당으로 등장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므로, 어떤 사상이나 이념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민주는 어떠한 이념이나 가치도 수용해야 하지만. 자신의 이념만을 옳다고 하면서 자신과 다른 이념추구와의 양립을 부정하는 이념이나 사상(소위 전체주의)에 대해서까지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가가 세계2차 대전 후 독일에서 크게 논란되었다. Nazi의 전체주의를 경험한 독일은, 민주는 모든 생각을 다 수용해야 하지만, 자신만 옳고 이와 다른 주장과의 양립을 부정하는 이념이나 사상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보았다. 독일은 민주를 지키기 위해 민주를 위협하는 존재를 금지하는 정당해산제도를 도입하였고, Nazi를 부활하려는 정당과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에 대하여 각 정당해산결정을 내린바 있다. 그러나 통일 독일은 공산당을 인정하고 있다.

정당해산과 가치상대주의는 서로 모순된다. 모든 이념이나 가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과 반대되는 이념을 지지하면 왜 안 되는가이다. 해답은 북한의 실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국가권력이 출생이란 사실로 주어지거나, 국민과 무관하게 만들어진다면 민주국가로 볼 수 없다. 북한은 자신을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 하지만, 너무 어색하고 어이없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3대) 세습국가이며, 국방위원장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고 있으니, ‘절대 군주국’에 불과하다. 동시에 북한은 우리와 대척관계에 있고, 자신의 이념에 따라 우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기회만 엿보고 있으니, 북한이 추구하는 이념을 지지하는 ‘종북’에게까지 관용을 베풀 수 없다. 사람에게는 국가보안법을, 정당에게는 정당해산을 적용하여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 북한은 우리의 적수가 될 수 없으니 그냥 놔둬도, 뭐 그리할 것까지는 없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 있을 때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북한은 꺼진 불도 아니고, 설사 꺼진 불이라고 하여도 다시 봐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북한을 통일을 향한 동반자의 지위와 남한을 위협하는 불법단체의 두 지위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당해산이 정도를 지키면 민주의 승리가 되지만 정도를 넘으면 민주의 사망이 될 수 있는데, 금번 해산결정은 후자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한 것으로 민주주의의 승리로 보아야 한다.

통일 이후 독일과 같이 우리도 공산당을 허용할 수 있는 그 때가 속히 실현되기를 소망해 본다. 통일은 민족이 하나 되는 날이며, 대한민국 영토가 회복되고 북한주민의 인권이 치유되는 날이고,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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