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무영

인제군선관위 지도홍보계장

조선후기 실학자 최한기의 저서 <人政>에는‘天下憂樂 在選擧(천하의 근심과 즐거움은 선거에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 당시의 선거가 오늘날과 같지는 않았더라도 나라의 일꾼을 뽑아 쓰는 일은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우리가 시장에서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이것 저것 따져볼 것은 다 따져보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물며 우리 조합의 미래를 책임지고 경영하여야 할 조합장을 뽑는데 대충 겉만 보고 뽑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는 11일은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동시에 조합장선거를 치르는 날이다. 선거철만 되면 유언비어, 허위사실 공표 및 상대방 비방 등 온갖 불법행위들이 나타나는 것이 우리의 선거 현실이다. 어떤 선거든 금품·음식물 제공, 흑색·비방 등 불법행위가 없었던 선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가끔 조합장선거와 관련해 금품살포, 불법 인쇄물배부 등 위법행위로 조사를 받거나 사직 당국에 고발되는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얼마전에도 조합장선거를 치르는 어느 시·군에서 조합장선거와 관련하여 금품을 배부한 사실이 한 주민의 신고로 적발돼 언론에 크게 보도된 사실이 있었다.

불법·타락선거의 원인 중 첫번째는 유권자의 무관심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자들의 정견·정책, 능력이나 도덕성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선거와 관련있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선거에 별 관심이 없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 생각하는 편이다.

두번째는 후보자의 그릇된 사고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고 보자는 의식이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법행위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정견과 정책으로 대결하기보다는 학연·지연·혈연 등 온정주의에 기초해 표를 주고받는 선거문화다.

이제는 과거의 잘못된 선거 관행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선거에서는 온정주의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다.



올바른 선거문화의 정착은 무엇보다도 유권자가 선거에 대해 실천하는 관심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바르고 깨끗한 선거는 관용보다는 무관용을,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바라볼 때 실현되는 것이다.

법을 어기고 양심을 속여 가면서까지 조합장에 당선되려고 하는 후보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뽑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후보자나 유권자는 무엇이 불법인지 다 알고 있다. 설사 잘 모른다 하더라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면 합법인지 위법인지를 얼마든지 알아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자 하는 관심과 용기이다.

유권자의 신고·제보는 양심에 가책을 느껴야 하거나 비겁한 행동이 아니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감정을 버릴 때 나오는 용기있는 행동으로 여겨야 한다. 신고 포상금도 있다.

자수자는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지금 거리에는 ‘조합장선거 위반행위 신고시 포상금 최고 1억원!’ ‘선거와 관련 과태료 최고 3000만원!’등의 홍보문구가 현수막에 쓰여 있다. 이런 문구가 더 이상 거리에 걸리지 않아도 되는 선거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

또 이번 조합장선거를 계기로 실천하는 유권자의 양심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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