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린 횡성 성북초 교사

▲ 이채린 횡성 성북초 교사

요즘 <몽실언니>를 읽어준다. 1교시 시작하기 전, 하루에 한 꼭지씩 읽어주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는 ‘지루해하면 어쩌지?’걱정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루해 하는 아이들은 한 아이도 없다. 다들 두 눈을 반짝이며 듣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한다. 다음 장을 더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도 있다. 65년 전, 몽실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아이들은 왜 좋아할까?

<몽실언니>는 힘이 세다. 아이들이 빨려 든다. 새아버지 김 주사가 떠밀어 다리를 절게 되어도, 새엄마 북촌댁이 동생 난남이를 낳고 돌아가셔도 몽실이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는다. 꿋꿋하게 자기 인생의 길을 걷는다. 6학년이 되면서 여러 모로 생각이 많아진 아이들은 그래서 더욱 진지하게 <몽실언니>를 듣는 게 아닐까.

“어려움에 부딪치면 금방 쓰러져버리는 나약한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더욱 강하게 일어서서 견뎌나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몽실은 아마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것이다.(몽실언니, 135쪽)”

3월 3일부터 읽어주고 있는데, 그 사이에 책을 빌려서 하루 만에 읽어버린 아이도 있다.

엄마가 “선생님이 읽어줄 때 지루하면 어쩌려고?” 물으니 “선생님이 읽어주는 거랑 달라서 괜찮아.” 했단다. 책을 읽어주면 여러 권을 두지 않아도 반 모두가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눈으로 읽는 것과 귀로 듣는 것은 다르다. 귀로 들으면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온작품 읽기를 할 수 있고, 책읽기를 마치고 나서 쓴 글을 서로 견주어볼 수 있어 좋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친구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느끼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이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자라는 데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도 또렷하게 밝혀 살필 수도 없다. 분명한 건 <몽실언니>를 다 읽고 나면 우리반 아이들은 분명히 자랐을 것이다. 아이들은 둘레의 모든 것을 양분 삼아 자란다. 함께 읽으며, 함께 들으며 아이들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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