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

사회부 기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계획했던 청각장애 학생들과의 만남을 돌연 취소했다.

민 교육감은 이날 춘천 계성학교를 방문해 일일 특수교사로 청각장애 학생들과 수화 배우기, 빵 만들기 등 교육자로서 의미있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교사와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행사를 준비해 왔으며 행사 전날 교육감과 도교육청 직원들에게 보낼 빵도 미리 굽고, ‘교육감과 함께 구운 빵’이라는 라벨을 봉지마다 붙여놓는 정성을 보였다. 또 교육감의 방문을 환영하는 뜻을 담아 현수막도 학교 곳곳에 내걸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행사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오후 학교 측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육감 일정이 변경됐다고 통보했다. 피치 못할 사정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국민참여 재판이었다.

이날 재판에는 전국 시·도교육감 중 민 교육감과 장휘국 광주교육감이 방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의 설명처럼 민 교육감의 방청은 같은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조 교육감에 대한 표적수사 의혹에 대해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강원 장애인교육 현장에서는 힘 빠지는 하루가 됐다.

학교 측과 학생들은 “괜찮다”는 말을 되뇌었지만 곳곳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큰 틀에서 보면 서울시교육청과의 연대도 중요하고,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강원장애인 교육의 가치도 그 만큼 중요하다.

민 교육감에게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다고 본다.

다만 특별한 날, 특별한 약속의 실천이 갖는 교육적 가치 판단이 아쉬울 뿐이다.

“아이에게 무언가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라. 지키지 않으면 당신은 아이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된다”는 탈무드의 한 구절이 소중하게 다가온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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