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은 5년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한 날이었다. 당시 임창렬 재정경제부 장관은 IMF에 2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기업마다 문을 닫고 인력을 감축했다. 실업자와 노숙자들이 거리마다 넘쳐났다. 대기업과 공기업들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매월 경신했고 환율과 금리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경제파탄은 가계파탄으로 이어졌다. 이혼부부가 늘어났다. 고아원은 엄마, 아빠와 헤어진 어린이들로, 양로원은 자식들과 떨어진 노인들로 가득했다. 한국사회는 그렇게 어두운 터널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는 98년12월 IMF 긴급보완금융(SRF) 18억달러부터 상환을 시작했다. 이어 99년9월에는 보완준비금융 135억 달러를 9개월 앞당겨 상환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해 8월23일 IMF를 졸업했다.
 IMF 경제신탁 아래서 한국경제의 2.3%인 강원경제 역시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 기자는 IMF직후 향토은행인 강원은행의 침몰과정을 지켜봤다. 또 매달 높아져만 가는 실업률과 부도율을 주요기사로 다뤄야 했다.실낱같은 희망을 키워가며 기업과 가계를 지켜가는 기업인과 주부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우리나라가 IMF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윗목'인 강원도의 지역경제는 낙관적이지 않다. 경기침체와 불안한 경기전망으로 소비심리는 냉각되고 있다. 생산활동도 위축되며 지역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영세서민들과 중소기업인들은 IMF직후의 경제난을 떠올리고 있다.2003년 경기전망도 걱정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자는 현재의 어두운 경제전망이 기우(杞憂)로 끝나길 바랄뿐이다.
 기업과 가계금융 조달의 주요 창구역을 도맡아온 조흥은행이 정부의 소유지분 조기매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IMF 후유증이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기자는 IMF 직후인 지난 98년 중반 강원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을 주도하던 당시 魏聖復 조흥은행장(현 이사회 회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기자가 魏행장에 던진 질문의 대부분은 향토은행인 강원은행이 지역을 위해 펼쳐왔던 공익사업이라는 '유산(遺産)'을 상속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었다. 다행히 魏행장이 기자를 통해 도민들과 약속했던 주요 사안들은 조흥은행 강원본부가 출범 3주년을 맞은 오늘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 기업과 가계대출 규모는 향토은행 시절보다 외형적으로 크게 늘어났고 내용적으로도 충실해졌다.
 정부는 11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산하 정부지분 매각소위원회를 개최했다. 조흥은행은 물론 금융계, 경제계, 정치권이 제기한 반대여론에 두차례나 연기됐던 이날 회의는 오는 17일 다시 열린다. 강원본부의 명운(命運)도 이날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와 은행의 민영화 약속이행을 위해 예정대로 조흥은행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양측의 대립과 갈등이 예상된다. 조흥은행 정부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헐값 매각논란','특정은행 특혜 제공설' 등은 논하지 않겠다. IMF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있는 지역경제계 입장에서는 호사스런 논쟁이다. 도민들이 걱정하고, 기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향토은행을 잃은지 3년만에 다시 향토은행의 역할을 다해온 조흥은행 강원본부를 잃느냐, 지켜 내느냐는 점이다. 이는 도연고 은행 하나가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가 살고 죽느냐의 문제다.

南宮昌星 경제부장 cometsp@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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