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창

제자감리교회 목사

춘천연탄은행 대표

흐르는 물길을 막아버리면 물은 썩어버린다.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집안의 공기는 탁해진다. 문이 잠겨 있으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것을 불통이라고 한다. 막아버림으로 더 이상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인간관계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브라질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1947~ )가 쓴 ‘연금술사(O Alquimista)’라는 책에 보면 ‘낙타는 사람을 배신하는 짐승이라서 수 천리를 걷고도 지친 내색을 않다가 어느 순간 무릎을 꺾고 숨을 놓아 버린다’는 표현이 나온다. 낙타 입장에서 보면 주인을 배신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다. 자신은 주인을 태우고 충성을 다해 묵묵히 사막을 헤쳐 왔다. 고생스럽고 힘들어도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버텨온 것이다. 그러다 어쩔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숨줄을 놓아 버림으로 그 강직함을 나타내고 전사한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죽음을 배신이라니 낙타 입장에서는 말도 되지 않는다고 길길이 뛸 일이다.

하지만 주인의 입장은 어떤가? 갑작스런 낙타의 죽음으로 사막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이는 죽음을 의미한다.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어떠한 예고나 징후도 보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죽어간 낙타가 한없이 원망스럽고 심지어 배신감까지 느끼게 됐을 것이다. 만약 사전에 아픈 모습이든지 어떤 이상 징후를 나타내었다면 주인은 분명 이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소통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행자를 인식해야 한다.

존 더글라스는 ‘트러스트(Trust)’라는 책에서 소통을 잘하는 7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존중이다. 1%만 존중해 줘도 99%의 마음을 얻는다. 둘째, 미소이다. 백만 달러짜리 미소로 마음까지 녹여 버려라. 셋째 이름이다. 이름을 불러주어 누구나 꽃이 되게 하라. 넷째, 관심이다. 상대의 관심사에 관심을 가져 감동을 선사하라. 다섯째, 칭찬이다. 칭찬으로 상대가 늘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하라. 여섯째, 경청이다. 어떤 얘기도 잘 들어주어 삶의 동기를 부여하라. 일곱째, 설득이다. 상대의 입장에 서서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라.

핵심은 나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대화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막히면 문제가 된다. 사람은 호흡이 막히면 죽고 사업도 길이 막히면 망한다. 전기도 선이 끊어지면 불을 밝힐 수 없다. 소통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