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원

원불교 강원교구 교무

어느 세대나 그 시절을 대변하는 명칭이 있다. 1990년대 중반에는 X세대라는 용어로 당시의 젊은 세대의 모습을 표현했다. 요즘 세대를 대변하는 명칭은 과연 무엇일까? 그 용어는 ‘삼포세대’라 한다. 2011년 경향신문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삼포세대라는 용어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고,그 이후로 인간관계와 집을 추가한 오포세대,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N포세대라는 용어까지 나와 버렸다. 시간이 흘러도 결코 나아지지 않은 사회 분위기에 젊은이들의 늘어나는 좌절과 한숨만큼 포기의 숫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청년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서울대를 나왔지만 원하는 대로 취직이 되지 않고,취직을 했어도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직업이다 보니 일에 대한 의욕을 잃어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전공과 관련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란다. 낙방되는 횟수만큼 심리적 불안과 무력감은 커져 이젠 공부도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으니 마음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

노력하는 만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닌 만큼,슬프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포기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할지 모른다. ‘포기’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포기해야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은 ‘남부러운 길 따라가는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타인의 눈치를 보며 남부러운 것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것이 동양인의 문화적 특징이라고 하지만,한국인은 유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의 삶의 방향조차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결국 내면의 불만족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내면의 불만족에 대한 원인을 찾지 않은 채 타인의 시선과 부러움이라는 마음의 왜곡된 반영만을 좇아간다. 이러한 방식의 삶은 충족 되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같은 공허함을 일으키며 충족이 되지 않을 때는 더 큰 좌절감을 안겨준다. 평생을 ‘남들 하는 만큼 공부해야 하는 삶’을 강요받으며 살아왔기에 ‘남부러운 길 따라가는 삶’은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방식이었다. 그것은 누군가로부터 강요된 삶이고 주어진 삶이지 자신만의 삶은 아니었던 것이다.

젊은이의 위기의 시대로 불리는 오늘 날 ‘남부러운 길을 따라가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삶’이 요구되는 현자의 안목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서 이 시대는 ‘포기의 시대’가 아닌 진정한 행복의 성찰이 요구되는 ‘혜안(慧眼)의 시대’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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