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에 군 전술도로 관통… 영농활동 불가능
민통선 개인 소유 토지 미확인 지뢰지대 분류 출입 불허로 경작 못해
군 “해결책 마땅치 않아 영농증은 회수할 방침”

▲ 민통선 내 장재용씨 소유 토지 1만578㎡(3200평) 일부에 군부대측이 개설한 포장도로와 전신주가 세워져 있다. 일부 토지는 농지정리를 하지 못해 농지인지 모를 정도로 잡초가 무성하다. 철원/안병용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고 영농활동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우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민간인 통제구역인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 일대 1만578㎡(3200평) 토지를 소유한 장재용(42)씨는 지난 8일 오전 15사단 예하부대가 발급한 ‘입주영농증’을 민통선 영농초소에 제시하고 출입허가를 신고했지만 군의 답변은 여전히 ‘불가’였다.

군이 발급한 입주영농증은 민통선 내에서 영농을 하는 주민들에게 준 출입허가증이지만 군은 장씨의 출입을 막았다.

장씨는 이날 군과 2시간여에 가까운 실랑이 끝에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취재진과 함께 출입을 겨우 허가받았다.

영농초소로부터 300여m를 이동,자신 소유 땅을 확인한 장씨는 또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장씨 소유 전체 토지 중 2314㎡(700평)에는 군이 개설한 포장도로가 관통해 있고 약 14m높이의 고압 전신주 6기가 박혀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씨는 경작은 엄두도 내지못할뿐더러 농지정리 작업 역시 1년 3개월이나 넘게 하지 못하며 개인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

장씨는 “출입도 자유롭지 못하고 내 땅은 이미 군부대가 불법점유 중이다.토지소유권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해 억울하다”며 “군은 토지소유권자의 정당한 권리와 재산권 침해 손해에 대해 실질적인 보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군부대가 민통선 내 토지소유주 장재용씨에게 출입허가증인 ‘입주영농증’을 발급해 주었지만 출입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철원 주둔 2군단 예하 15사단에 확인결과,장씨 땅은 그동안 소유주 변동과 상관없이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약 60년간 불법점유되고 있다. 군은 이 땅에 지난 2013년 포장도로를 개설했고 앞서 지난 2002년에는 14m 높이의 고압 전신주 6기를 세워 군측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군관계자는 “이 일대는 미확인 지뢰지대로 경작이 위험하다”며 “포장도로는 정전협정 이후부터 현재까지 군이 사용하고 있는 전술도로이고 이 도로를 통해 병력과 장비,물자 등을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포장도로를 관통한 장씨 소유 토지 뒷편 8264㎡는 ‘미확인 지뢰지대’로 분류해 농지경작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미확인 지뢰지대는 지뢰 유·무를 특정하지 않은 지대로 군측은 통상적으로 지뢰가 매설돼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를 이유로 군은 위험성을 들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막고 있다. 하지만 군은 민간인 소유의 미확지뢰 일대 토지에 수년 전,지뢰 매설여부를 탐지한 후 군부대의 집수처리장을 설치해 군 시설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군은 현재 이 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장씨 소유 토지에서 관련 시설을 철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장씨는 “15사단이 오는 2020년 8월까지 출입을 허가한 입주영농증을 발급해줬는데도 군은 매번 출입을 막고 있다”며 “내 땅에 1년 3개월간 단 3차례 밖에 오지 못했고 군이 불법점유한 현장을 볼때마다 분통이 터진다”고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군관계자는 “입주영농증 발급은 당시 해당 업무를 맡았던 군부대 실무자의 실수이며 장씨에게 발급한 입주영농증을 회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부대로 인해 개인 재산권을 침해받아 불편한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며 “다만,토지 소유자가 요구할 경우 도로 점유 부분에 대해서만 사용료 지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지은 pj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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