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통제·무단점유로 24년째 ‘ 남의 땅’
농사·목장 활동 엄두 못내
기본권리도 행사못해 홧병
군 “군사훈련 필수적인 곳 향후 절차따라 매입 협의”

▲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 토지 13만 2231㎡(4만평)를 소유한 이국재(57)씨가 군이 박격포 사격장으로 쓰기 위해 민간인 출입통제 목적으로 쳐 놓은 철조망 안쪽 자신의 땅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 소재 토지 13만 2231㎡(4만평)를 소유한 이국재(57)씨는 지난 2009년 9월 소유 토지를 찾은 후 6년 만에야 자신의 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지난 8일 오후 철원군 근남면사무소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씨는 “내 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분노만 쌓여 (내 땅에)잘 오게 되지 않는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군 훈련 때만 제외하면 출입이 자유롭지만 군이 이 곳을 훈련장으로 무단 사용하고 있어 당초 계획했던 농사를 짓거나 목장 용지로 활용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근남면사무소에서 차량을 이용,민통선 출입통제소 부근까지 20여분 이동 후 또다시 30여분간 도보로 덤풀을 헤치며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이씨 소유의 땅은 마치 원시림처럼 수풀만 우거져 있었다.

이씨 소유 땅을 박격포 피탄지로 불법점유해 쓰는 군도 인력을 동원한 훈련없이 박격포 사격 훈련을 하기 때문에 이씨 소유의 땅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는 20년이 넘는다.

군은 이씨가 이땅을 소유하기 전인 1985년부터 민간인 사유지에 박격포 사격장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고,이씨는 6년 후인 지난 1991년에 토지를 매입했으나 24년 째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해발 300m고지의 이 토지를 목장 용지로 활용하려고 거금을 투입해 매입했는데 20년 이상 아무 것도 하지 못하며 골치만 썩고 있다”며 “당시 땅 매입을 위해 대출까지 받고 원금과 이자 갚는데에만 10년이 걸렸다. 기본 권리 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해 홧병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 소유 땅을 박격포 훈련장으로 사용한 15사단은 지난해 10월 27일부터 산불 예방 등을 위해 박격포 사격장 사용을 통제해 군의 사격훈련은 1년 째 실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3년(2013~2015년 10월)간 군이 이씨 소유 땅을 불법점유해놓고 정작 박격포 사격을 한 횟수는 98회에 그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 2013년 57회(60mm 28발·81mm 29발),지난해 41회(60mm 21발·81mm 20발)로 나타났고 올해는 전혀 없다.

군 관계자는 “사격장을 통제한 것은 타 부대에서의 불발탄 폭발물 사고 문제가 발생해 (이씨 소유에서 사용 중인)해당 훈련장을 통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훈련이 잠정 중단됐지만 군은 여전히 이씨가 요구하는 농지 개간은 불허하고 있다.

 

 

이씨는 “국가안보를 위한 군의 훈련 실시를 이해하려해도 20년 넘는 세월을 불법 점유해 놓고 사실상 나몰라는 하는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면서 “벌써 1년 째 사격 훈련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면 토지 소유자가 최소한의 권리는 행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매입 의사를 밝힌 군의 해결 의지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했다. 이씨의 박격포 사격장 이전 또는 토지 매입 요구에 대해, 군은 지난 2011년 3월 ‘사단 심의 결과 부대에서 해당 토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이 있어 중기계획에 반영해 매수하기로 결정했다.매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군의 후속 조치는 없다. 이씨는 “나처럼 군으로부터 재산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주민들은 어디에다 호소해야 하느냐.관할 군부대에도 정치권에도 수차례 호소했지만 재산권 침해 구제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울먹였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군부대로 인해 개인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해당 박격포 훈련장은 군사 훈련을 위해 필수적인 곳이기 때문에 향후 절차에 따라 (토지 매입 등의)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은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