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꾸며 쓰지 말고 자신이 겪은 일 그대로 표현

▲ 김홍주 시민기자

시인

전 민예총 춘천지부장

현 성수여고 교사

한국작가회의 회원

주니어 친구들,지난 해를 마무리하고 이제 새학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길었던 겨울도 조금씩 흔적을 감추려 하고 있어요. 내일이면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날, 곧 날씨가 풀린다는 ‘우수’입니다. 주니어 친구들도 기지개 펴듯 몸과 마음 활짝 열어 새로운 기분으로 새 학기 맞이 잘 하길 바랍니다.

새빈이가 ‘벌레는 디자이너’라는 시집을 읽고 소감글을 썼어요. 새빈이가 오랜만에 시집을 재밌게 읽었다고 밝혔듯이 나도 오랜만에 책 읽고 쓴 글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책을 읽고 쓴 글,이른바 ‘독후감’에 기본으로 들어가면 좋을 것들을 빠뜨리지 않고 알뜰히 써놓았습니다. 누가 쓴 글인지,표지그림에 대한 관심과 흥미,책 전체와 부분에 어떻게 마음이 가 닿았는지,책 내용을 통해 바라본 내 모습을 두루 잘 살피고 썼습니다. 이렇게 글을 쓴 덕분에 나도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지은이가 이런 글을 써놓은 걸 알게 되었어요.

‘저는 매일 일기 쓰는 마음으로 동시를 썼어요. 동시를 쓸 때는 정말 신나고 즐거웠지요. 동시는 마음을 맑게 해 주고, 따뜻하게 해 주며, 또 웃게 해 줘요. 모두가 동시 때문에 마음이 환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은이 바람대로 새빈이는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잖아요. 글쓴이와 읽는이가 통한 거예요. 좋은 글은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게 아닐까요?

학원차 기다리는 동안 차가운 겨울비 맞으며 떨고 서 있을 강민이를 생각합니다. 상당히 추웠을 거 같아요. 옷 따뜻하게 입고 우산도 챙겼더라면 덜 추웠을 걸. 강민이는 자신도 춥지만 비 맞으며 날아다니는 새에게도 마음이 쓰입니다. 겨울이라 기온이 낮으니 비 맞은 땅이 얼어버립니다. 겨울엔 비보다 눈이 제격이죠? 특히 강민이처럼 어린 친구들은 눈 내리면 마냥 신났을 텐데 말이예요.

억지로 꾸며 쓰지 않고 자신이 겪은 일을 자연스럽게 시로 잘 나타냈어요. 특별한 글감을 찾느라 애쓰지 않아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 가운데 한 순간을 잡아 이렇게 글을 쓰면 됩니다.

다람쥐는 몸이 참 재빠르지요. 순식간에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이 곳에서 저 곳으로 휙휙 날 듯 다닙니다. 보빈이가 다람쥐 쫓아다녀 보았는데 쉽지 않았을 거예요. 다람쥐가 정신없이 먹는 거 보면 참 재미있어요. 귀엽기도 하고요. 오래 보고 싶지만 다람쥐 행동이 너무 빨라 그러진 못할 거예요. 하지만 잠시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보빈이가 쓴 ‘다람쥐’는 군더더기가 없어요. 길게 설명하려 하지 않았어요. 다람쥐의 한 순간, 본 장면을 한달음에 썼습니다. 달려가는 모습, 먹는 모습, 구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우다다다’,‘오독 오독’같은 소리와 곁들여 깔끔하게 썼습니다. 이렇게 시는 필요 없는 말, 안 써도 되는 말을 모두 없애버리고 꼭 있어야 할 말만 가지고 쓰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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