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형

국토정중앙교회 담임목사

지난 2월 17일부터 교회에서는 사순절을 보냈습니다.

사순절이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 장사된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부활절로부터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을 일컫는 교회력입니다. 지상의 교회들은 이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를 구속(求贖)하시기 위하여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기념하기 위하여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고 실시합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도 사순절을 맞으면서 설교 시간과 광고 시간을 통하여 교우 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었습니다. 그것은 동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아직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지구촌의 이웃들을 위해 사순절 기간 동안 사랑의 빵 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모금 운동을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특별히 사랑의 빵 저금통은 지난 1991년 월드비전에서 지난 40년간 해외로부터 받아온 후원을 드디어 중지하고, 내전과 기근으로 고통 받는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아이들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월드비전 강원지부를 통해 미리 저금통을 제공받았기에 주일 예배 후 자유롭게 저금통을 가져가시길 권면했었습니다.

사실 모금을 실시하면서도 내심 몇 분이나 동참 할 것인가라는 노파심이 들었지만,액수보다 시골교회 성도들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두어 차례 광고를 하면서 참여해 줄 것을 독려했었습니다. 고난 주간이 시작되는 지난 3월 20일, 주일 예배 시간에 사랑의 빵 저금통에 참여하신 분들은 부활 주일인 다음 주에 가져 오시길 광고했었습니다.

고난 주간이 끝나고 드디어 부활주일인 27일 주일예배 시간에 작은 광주리에 담겨진 저금통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목회자의 제안에 마음을 모아서 협력하고자 하는 교우 분들의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부활절 예배를 마치고 관내 3개 마을(도촌리, 창1-2리) 가정마다 부활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계란을 예쁘게 포장해 전달한 후 저금통을 개봉하였는데 총 19명이 열심히 모금을 해주셨습니다. 어떤 어르신은 저금통 모금이 뒤늦게 생각나서 쌈짓돈을 꼬깃꼬깃 넣은 흔적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저금통이었는데 개봉하면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작은 저금통에 더 이상 동전을 넣을 곳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넣어 둔 어르신의 저금통에는 총 2만9700원이라는 적지않는 동전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 저금통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뭉클해져왔었습니다.이렇듯 열심히 모금해 주신 총액을 서류 봉투에 담아 보니 한 손으로 들 수 없을 정도의 무게였는데, 농협에서 동전을 환산해 보니 총액이 26만1140원이었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시골교회 성도들로서는 성심을 다해 동참해 준 액수입니다.

월드비전강원지부로 송금을 하면서 마음 한구석으로부터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는데 그것은 목사의 제안에 힘을 다해 동참해 준 성도들의 진심과 사랑의 결정체가 바로 이 저금통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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