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동국대 교수 불교학회 학술대회서 제기
“출가 전 3년간 교류… 탄허 녹취록 신빙성 더해”

▲ 입적 직전의 한암 스님.

한국불교의 대강백(大講伯)으로 평가받는 탄허 스님의 출가에 한암 스님과 주고받은 편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원석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최근 한국불교학회(회장 권탄준)가 ‘한국불교 전통의 계승과 한암선문’을 주제로 봉은사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한암 중원과 탄허 택성의 불연’을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탄허 스님의 출가에 한암 스님의 영향이 있었다”며 한암 스님과 출가 전 탄허 스님이 나눈 편지에 주목했다.

탄허 스님은 출가 전 한암 스님과 3년간 편지로 교류했고 그 편지가 20여 통에 달한다.

이 교수는 “왕복한 편지에서 한암은 ‘정도의 추구’와 관련해 ‘허실(虛實)을 초월한 경지에 종사한다’는 고풍(古風)을 불교적으로 해석하면서 탄허의 출가를 넌지시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탄허도 한암의 넒은 포용력,장자를 비롯한 전통학술의 해박함과 자신을 인정해주는 지음(知音)에 반해 출가를 저울질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 탄허 스님. 탄허 스님은 동양사상 특강에서 한암 스님과의 인연을 밝혔다.

이 교수는 또 “내가 노장사상을 연구하다 중이 된 사람”이라는 탄허 스님의 동양사상 특강 녹취록을 인용했다. 이 녹취록에서 탄허 스님은 “이십 시절부터 노장사상에 파고들다 선생님이 없어서 선생을 구하다 방한암스님이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편지를 했다”며 “참 도반이 넓은 것 같아 3년간 편지로 굉장히 연애가 깊어져 따라와서 중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 교수는 “편지로 맺은 불연을 통해 한암 스님의 깊은 학문과 넓은 인품을 흠모한 탄허 스님은 권중백과 차계남과 함께 1934년 9월 5일 오대산 상원사로 입산했다”면서 “본래 탄허 스님은 승려가 될 뜻은 없었으나 그해 10월 15일 결제일에 구족계를 받으면서 한암 스님과의 인연이 깊어졌다. 이후 선방의 관례에 따라 일체 경전을 보지 않고 3년 동안 묵언정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허 스님은 한암 스님과의 불연을 통해 화엄사상을 재구성함으로써 도가와 유가를 회통하고 불전을 한자로 번역하는 ‘역경불사’를 완성해 강원교육을 부흥시켰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계종 4교구본사 오대산 월정사(주지 퇴우 정념)는 3일 오전 10시 적광전에서 한암대종사 141주년 탄신다례재를 봉행한다. 안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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