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평야 전망지 ‘소이산’

‘산이나 바다로 끝나지 않은 진정한 의미의 지평선은 철원에서만 볼 수 있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심지어 철원사람들조차도 “철원 평야가 넓기는 하지만…”하고 반신반의 한다. 이런 생각을 한 번에 끊어낼 수 있는 관광지가 바로 철원읍 관전리 노동당사 앞에 야트막하게 자리 잡고 있는 ‘소이산’ 이다. 경원선 복원사업으로 인근 백마고지역이 열리면서 매 주말 많은 관광객이 도보로 찾고 있는 이젠 제법 유명해진 관광지이지만 아직까지는 신생 관광지의 발랄함과 발전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산 정상의 높이가 362m밖에 안 돼 설악산과 금강산 등 강원도내 유명산과 비교하면 많이 초라해 보이지만 올라보면 만만치 않는 기세가 느껴지는 산이다.

▲ 소이산에서 본 철원평야 모습

정상까지 362m 1시간 소요
철원평야·평강고원 한눈에
 산 정상 벙커·지하진지 등
 거대한 요새 색다른 볼거리
‘생태숲 녹색길’ 소이산 자랑


소이산은 철원평야에 우뚝 솟아 키는 작지만 멀리 볼 수 있는 산이다. 산 아래에 차를 세우고 큰 도로를 따라 느릿느릿 걸어도 산 정상까지 채 1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지역 주민 상당수도 입산 통제가 해제된 것을 모를 정도로 아직까지 인지도가 낮은 산이지만 이 산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철원 최고의 관광지라고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소이산 봉수대 오름길

소이산은 드넓은 철원평야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외적의 출현을 알리던 제1로 봉수대가 위치했던 곳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드넓은 철원평야와 평강고원 너머로 펼쳐진 지평선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이산을 철원 최고의 관광지로 꼽는 사람들은 현재 전북 김제시에서 개최하고 있는 ‘지평선 축제’는 철원군이 선수를 놓친 가장 아까운 축제라고 한탄한다.

▲ 소이산 등산로

소이산에서 바라보는 철원평야의 모습은 사철 모습을 달리한다. 1년 중 가장 먼저 보이는 평야는 눈으로 덮여 눈부시게 하얀 설원이다. 곧이어 평야는 눈이 녹으며 황토색으로 바뀌었다가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대면 다시 거대한 호수로 변한다. 모가 자라기 시작하면 연초록에서 짙은 초록으로 변하는 모습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또한 빛의 각에 따라 시시각각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향연은 벼이삭이 누렇게 익으며 고개를 숙일 때 절정에 이른다. ‘황금벌판’이라는 관용표현이 제구실을 할 수 있는 때가 이 때이다.

▲ 소이산 정상의 군사시설

밤이 되면 소이산 전방에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야간 경계를 위해 철책선을 따라 환하게 켜진 전방지역의 경계등이 긴 띠를 형성한다. 남과 북이 갈라져 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시간이다. 분단 현실을 생각하며 잠시 숙연해졌을 때 하늘에서 쏟아질 듯 맑고 초롱초롱한 별빛이 지상의 인간을 위로한다. 이 같은 밤풍경을 즐기기 위해 젊은이들이 계절에 관계없이 소이산을 찾고 있다.

6·25 전쟁 후 미군이 주둔했던 소이산은 지뢰밭과 민간인 통제구역에 갇혀 수십년간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면서 청정자연을 보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에는 시민단체인 ‘생명의 숲’에서 소이산을 ‘천년의 숲’ 수상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소이산은 지뢰지대의 안전과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펜스가 설치돼 자연그대로의 울창한 산림과 어우러지며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한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는 막사와 벙커 등 군사시설은 이곳이 최전방임을 일깨운다. 특히 산 전체가 벙커와 교통로,지하진지로 이뤄진 소이산은 산 전체가 거대한 요새여서 남북통일 이후엔 색다른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 소이산 정상 벙커안에 설치된 안보전시물

소이산 자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총길이 4.8㎞ 구간의 ‘생태숲 녹색길’을 이용하면 된다. 우선 1.3㎞의 ‘지뢰꽃길’은 지뢰안전지대와 GOP를 연상하게 하는 길로 분단된 우리의 역사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어 2.7㎞의 ‘생태숲길’은 자연그대로 조성된 오솔길로 소이산이 간직한 생태환경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미군막사 앞 벙커 우측으로 나 있는 800m의 ‘봉수대오름길’은 철원과 평강의 고원을 내려다보는 정상을 올라가는 길로 철원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고려했다. 그러나 소이산에는 아직까지 미확인 지뢰지대가 존재하고 여름철에는 등산 중 수시로 목격할 수 있을 만큼 뱀 등 독충이 많아 길을 벗어난 산행은 위험하다.

소이산은 자가용이나 기차를 이용해 방문할 수 있으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원칙적으로는 오후 6시 이후(겨울철 오후 5시)의 산행은 금지하고 있다.

철원/안의호 eunso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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