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터널 재난영화 흥행
정부 등 무능력한 대처 대비
평범한 주인공 분투에 열광

▲ 부산행

올여름,‘살아남기’를 그린 영화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은 올해 처음으로 11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이어 지난 10일 개봉한 ‘터널’(감독 김성훈) 역시 500만 관객을 가뿐히 돌파하고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올여름에만 1600만 관객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것이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대한민국에서 안전 지역인 부산에 입성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영화 속에서 국민을 지켜줘야 할 정부는 위기 대처에 실패하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인 인물들이 등장해 끊임없이 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린다.

▲ 터널

귀갓길에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평범한 가장의 고군분투기를 다룬 ‘터널’의 현실도 잔혹하다.구조 작업이 장기화되자 생사가 불확실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건 낭비라며 터널 공사를 재개하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정부는 사고 수습은커녕 보여주기용 사진을 찍는 데만 급급하다.

무자비한 현실 속에서도 주인공들이 ‘살아남기’를 포기하지 않는 힘은 가족이다.‘부산행’에서는 딸을 무사히 안전 지역으로 데려가기 위해,‘터널’에서는 밖에서 기다리는 아내와 딸에게 돌아가기 위해 계속해서 닥치는 고난과 역경에도 악착같이 버텨낸다.또 ‘부산행’에서는 의리의 근육 남 ‘상화’가 ‘터널’에서는 주인공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대경’이 등장,그럼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생존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의미로 매일 ‘살아남기’를 하고 있는 관객들은 위로를 얻는다.개봉 전까지만 해도 ‘좀비’라는 생소한 소재와 ‘터널에 갇힌다’는 무거운 설정으로 흥행 여부가 불투명했던 두 영화가 대기록을 세우며 사랑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두 영화의 바통을 이어받아 오는 가을에는 어떤 영화가 관객에게 위로를 건네고 사랑을 받을지 기대가 모인다. 최유란 cyr@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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