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고 악순환] 농협별 파격 할인 고육지책
산지 가격 전년비 14% 하락
도 “재고 7673t 이달 중 소진”
농민 “쌀 수입 중단이 해답”

▲ 이달 햅쌀 출하시기를 맞은 도내 지역농협들이 지난해 출하된 재고 쌀을 소진시키기 위해 유통 마진을 줄이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강원도가 추산한 도내 재고 쌀은 8월말 현재 7673t이다.

매년 쌀 소비가 줄면서 강원도에서 생산된 쌀이 재고로 남아 이듬해까지 팔아야하는 악순환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흉(?)한 풍년’이 현실화되면서 벌써부터 ‘쌀 과잉공급’에 따른 쌀값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기조를 해소할 중단기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 올해도 쌀 풍년

이달 초 도내에서 햅쌀 추수가 시작된 가운데 올해도 쌀 풍년이 예고되고 있다.강원도농업기술원도 풍작이었던 지난해 만큼의 수준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현재 도내 쌀 재배면적은 3만1000㏊로 올해 도내에서 15만5000t 가량의 햅쌀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햅쌀은 제 값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수확한 쌀이 아직도 소진되지 않고 있어서다.때문에 쌀 수매가격을 책정하는 도내 농협들은 예년보다 낮은 산지가격을 내걸고 있다.한 지역농협은 이미 올해 수매가격을 지난해 수매가의 80%선으로 책정했다.지난해 생산된 쌀이 모두 소진되지 않고 있고 올해 생산된 쌀도 재고쌀로 남게되면 같은 방식으로 할인판매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 도내 재고 쌀 현황

강원도가 추산한 도내 재고 쌀은 8월말 현재 7673t이다.지난해 같은 기간 9619t보다 20.2% 줄어든 수치다.또한 지난 3월 6만7838t,4월 5만1697t, 5월 4만3130t,6월 2만9874t,7월 1만8898t,8월 7673t 등 재고 쌀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지난달 15일 1만3774t의 재고쌀이 보름 사이에 절반 가량 소진된 것으로 미뤄볼 때 이르면 이달말 전량 소진될 수 있다는 게 도의 전망이다.지역농협들도 각종 이벤트를 실시하며 재고 쌀 털어내기 전략을 추진,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도내 농협 중 가장 쌀 수매물량이 많은 철원 동송동협은 추석 연휴 전에 재고 쌀 대부분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도 관계자는 “나머지 농협들도 이달중에는 모두 재고쌀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재고 쌀 파격할인↑마진↓

도내 재고 쌀이 햅쌀 출하시기에 맞춰 모두 소진될 전망이지만 파격적인 가격 할인 때문에 영업마진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재고쌀을 소진시기키 위해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양상이다.동송농협의 경우 재고 쌀을 판매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을 거듭해왔다.홍천농협도 재고 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통업체와 협의해 판매가격을 낮춰왔다.지난해 햅쌀 출하시기에 5만7000원대에 판매하던 쌀 1포대(20㎏)가 올 여름 19%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특히 올 추석을 앞두고는 할인폭이 26%로 확대됐다.여기에 올 가을 수매를 앞두고 작년 쌀을 털어내는 게 급해지자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할인 때문에 지역농협들이 손실을 입고 있다.매출비중이 큰 도내 지역농협들은 2년사이 100억원대 손실을 입었으며 비중이 낮은 지역농협도 10억원대의 누적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재고쌀 때문에 지역농협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그 피해가 농민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지역농협 한 관계자는 “재고 소진을 위해 원가에 거래하면서 마진이 줄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손실이 농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 재고 쌀 종합대책 시급

이달 초 산지 쌀값은 80㎏당 13만7000원대로,전년동기 15만9000원대에 비해 14% 하락했다.이같은 산지쌀값 하락 추세는 3년 연속이어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수매 중단 사태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지금까지는 농협의 순이익 감소 등의 희생으로 재고 쌀을 소진시켜왔지만 향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마저도 어렵다는 관측이다.이 때문에 강원도는 중장기 대책으로 강원도형 고품질 벼 품종 육성,적정 재배면적 유지,계약재배 확대,권역별 가공업체 육성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정부도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공공비축미,해외공여용 쌀 등 매입물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그러나 농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근본적인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쌀 농사를 짓고 있는 신영식(60)씨는 “쌀 직불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정부가 수입쌀을 들여오지 않아야 농민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관호 gwan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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