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관공서 등 주 고객 이탈
골프장, 예약 줄줄이 취소 타격
농수산·화훼 기본 ‘5만원 이상’
벌써부터 주문 취소 매출 감소

진지한 눈빛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을 하루 앞두고 27일 도청 신관회의실에 열린 청탁금지법 교육에서 공무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사의 내용을 듣고 있다. 서영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강원도내 음식점과 골프장,화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이하’라는 법 가이드라인에 저촉되는 대상자의 범위가 넓은데다 시범케이스로 적발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각 분야별 변화상을 짚어봤다.


■ 고급음식점 주요 고객 이탈

한우·한정식·횟집처럼 고급 음식점을 찾는 손님 대부분은 공직자를 포함한 관공서 직원,금융기관 종사자,사업주 등이다.이들 음식점의 매출 70%를 이들이 차지한다.가족단위보다 이들의 지출이 큰 것은 물론 단골이기 때문에 고정 매출 대상이다.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고급 음식점들은 주 고객층을 잃게 됐다.

원주의 A횟집의 경우 4인 기준 10만원 코스를 9만원으로 조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수익은 기존 매출의 30%에 그쳤다.춘천의 B한우식당도 저가 부위로 판매전략을 시도했다.하지만 기대수익이 최대 4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을 낮춰도 고품질에 길들여진 손님들의 입맛을 바꾸기 어려운데다 법 시행 초기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는 분위기에 공공기관 직원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B 한우식당 관계자는 “공무원들이나 사업하는 사람들이 법 시행으로 예민해져 발길을 끊었다”며 “그나마 간단한 식사 손님들로 버텼는데 이들 마저도 구설수에 오르기 싫어 앞으로 오기 힘들겠다는 소리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골프장 매출 급감 ‘예의주시’

도내 골프장들이 잇단 취소 주문과 함께 매출 급감이라는 자체 분석을 내 놓는 등 초 긴장 상태다.접대골프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도내 한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법 시행초기 10% 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나 손실은 예상 폭을 크게 웃돌것으로 보인다.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존에 잡힌 예약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춘천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주말부터 개천절까지 골프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면서 “골프장 내 음료,골프샵 매출 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도내 골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골프장마다 내달 1일 예약율이 전주에 비해 20% 정도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해당 골프장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이라는 변수가 예약 감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골프장은 경영난과 ‘김영란법’ 여파를 줄이기 위해 기존 회원제 운영을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회원권 회수비용이 들기는 하겠지만 향후 운영에는 대중제가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이다.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골프장의 경우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고객 급감에 대비해 계열사 직원들이 골프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등 불황 타개에 안간힘이다.

 

▲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 교육.

■ 농수산물 화훼 등 타격 우려

김영란법 여파가 농수산물 분야와 화훼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특히 비싼 대게와 문어 등을 잡는 어민들에게는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동해안에서 잡히는 대게의 경우 ㎏당 가격이 6만~7만원 넘어 어민들에게 큰 소득원이다.대게는 음식물로도 3만원이 넘고 선물용으로도 5만원이 넘는다.대게 유통업에 종사하는 권 모씨는 “불황에 판매도 어려운데 김영란법 때문에 벌써부터 주문이 줄었다”며 “대게,킹크랩을 전국에 대량 공급하는데 김영란법으로 큰 타격을 입게됐다”고 말했다.

농산물 유통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강원인삼조합은 파지로 만든 수삼제품을 5만원에 판매하고 수삼세트도 6만원에서 중량을 줄여 4만9000원대에 판매하는 등 대응책을 내놨다.김영란법 가이드라인인 5만원에 맞추기 위해서다.인삼 유통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전인 지난 추석에도 매출이 줄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유통이 될 지 걱정이다”고 답답해 했다.

화훼업계도 마찬가지다.앞으로는 경조사와 승진 등 특별한 날에 배달됐던 고가의 난과 꽃바구니들의 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실제 춘천의 한 꽃집의 경우 10만원 이상의 화환을 찾는 고객은 지난달 부터 크게 줄었으며 저가의 상품 마저 주문이 취소되고 있다.원주의 한 꽃집 대표는 “저렴한 상품까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취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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