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태

NH농협 횡성군지부장

어느덧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또 저물어가는 것이다. 올해 달력의 마지막장을 열어 보니,올해도 다를 바 없이 각종 모임이 빼곡히 적혀 있다.송년회라는 이름으로 예정된 일정이다.직장모임과 김영란법과는 상관없이 연말이 가기 전에 식사 한 번 해야 하는 선배,친구,가족들과의 모임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일이다.

연말을 앞두고 이것저것 되돌아 볼 일도 많다.연초에 계획한 대로 생활해 왔는지,여러 가지 욕심으로 마음이 흐려져 초심의 자세는 또 얼마나 흐트러졌는지.아니면 얼마나 뜨거운 삶을 살았는지.사람이라면 “그때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아니면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하고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일,후회스러운 일등은 한두 가지씩 갖고 있을 것이다.

우선 연말의 잦은 모임과 한 해를 반추해보는 시점에서 좋은 인간관계의 유지를 위해,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남의 콤플렉스를 건드리지 말자”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맹자는 “남에게 차마 해서 안 될 말과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콤플렉스를 건드리면 돌부처도 돌아선다는 말도 있다.

한비자(韓非子)는 군주를 설득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편에서 상대의 치부를 건드리면 결코 그를 설득할 수 없음을 역린지화(逆鱗之禍)로 경고했다.“용이란 원래 순한 동물이다.길을 잘들이면 사람이 타고 다닐 수도 있다.하지만 목 근처 길이가 한 자되는 거꾸로 난 비늘,즉 역린을 건드리면 절대로 안 된다.용은 이것을 건드린 자는 반드시 죽여 버린다.군주에게도 이런 역린이 있으니 절대로 이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직장에서의 사례를 보자.서울의 한 백화점이 직원들을 상대로 상사로부터 듣기 싫은 말에 대해 조사한 결과,“누구는 잘하는데 당신은 왜이래?”의 비교식 표현이 38%,“결혼 안 해?”,“아직도 혼자야”등 노처녀 노총각을 암시하는 말 29%,“아직도 과장이야?”등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 20%,“나이보다 늙어 보인다”,“주름이 장난이 아니다”등 나이와 외모에 관한 것이 15%로 나타났다고 한다.

모처럼 만났는데 “어디 아파?”,“얼굴색이 안좋다”,“너무 말랐네”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를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연말을 맞아 각종 모임이 많아지는 때,모임에 참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다음으로는 상대방에게 묻기 전에 나의 삶은 어떠했나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권력을 쥔 자,돈이 많은 자,잘 생긴 자만 찾아다닌다면 세상이 얼마나 흉측한 모습이 될까 생각해 보자.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말이 있다.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는 법이다.

평소에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내가 상대방에게 가슴이 설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내가 뜨겁게 살지 못한 일년이었으면서 상대방이 뜨겁기를 바란다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다.

나의 한 친구는 올 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기의 신장 한 쪽을 내주었다.이것이야말로 뜨거운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겠는가? 연말을 앞둔 시기에 뜨겁게 살지 못했던 한 해를 되돌아보며,안도현 시인의 시에서처럼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되고자 다짐해 본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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