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대신 헬스… 여가 즐기는 직장인 늘었다
인사시즌 불구 접대 문화 사라져
기타·댄스스포츠 등 수강생 북적
주택가 인근 마트도 매출액 상승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직장인들의 저녁시간이다.평소 12월 한달은 각종 회식에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지만 올해는 차분한 연말을 보냈다.연말연초 인사시즌인데도 ‘승진 턱’이나 부서 단체 회식,유관 기관 회식도 크게 줄었다.

접대 문화가 사라진 덕분이다.부정부패와의 척결이라는 목적을 두고 시행된 김영란법의 긍정적인 면이다.

4일 밤 찾은 춘천의 한 댄스스포츠 스쿨 연습실에는 15명이 음악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평소 수강생이 5∼6명에 불과했지만 김영란법 시행 후 수강생이 꾸준히 늘면서 연습실이 꽉 찼다.

학원 강사 김성수(30)씨는 “연말 등록한 수강생 대부분이 갑자기 늘어난 저녁 시간을 취미생활로 채우려는 직장인들이다”고 귀띔했다.

헬스클럽도 연말부터 정장차림으로 퇴근한 직장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평소 회식 등으로 집중하지 못했던 건강을 챙기려는 직장인들 때문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실용음악 학원들도 드럼이나 기타,색소폰 등 악기를 배우려는 직장인들이 늘었고 직장인 밴드 결성도 활발해졌다.

직장인들의 저녁시간이 여유로워지면서 주택가 인근 마트들도 때아닌 매출 증가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원주의 한 대형마트가 자체 조사한 결과 작년 가을 이후 간편 가정식 식품 매출이 크게 늘었고 돼지고기는 20%,조리된 반찬은 30%,주류는 11%나 판매량이 뛰었다.또 카트 한대 당 하루 이용빈도가 8회에서 10~12회로 증가했으며 주로 식품매장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성진형(29)씨는 “김영란법 때문에 회식이나 접대성 술자리가 줄어 업무적으로 불편한 것도 있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저녁 시간이 크게 늘었다”며 “취미가 없었는데 연말부터 저녁마다 기타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신관호 gwan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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