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화   문샷필름 CEO·프로듀서
▲ 최정화
문샷필름 CEO·프로듀서
대통령 탄핵심리가 드디어 끝이 났다.한 편의 막장드라마 같던 심리가 끝이 났다.이제 며칠 후면 인용과 기각이라는 두 단어 중 하나가 이 나라를 뒤흔들 것이다.살면서 제대로 된 법정에 서 볼 일은 없었으나 방청객으로는 두어 번 정도 가 본 기억이 있다.그 기억 중 하나는 법관에 대한 엄청난 예우였다.판사가 들어 올 때 모두 기립해야 하는 것이나,뭐 한 마디 이상한 소리라도 할라치면 감치네 뭐네 하는 법정 용어가 튀어나오고 근엄하게 서 있는 법정 경위의 위압감에 두렵기도 했다.
평등한 이 사회에서 판사가 뭐라고 이리도 오바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하지만 그 권위와 예우가 판사라는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법,그 자체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에 수긍을 했다.탄핵 찬성집회와 탄핵 기각집회가 매주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두 집회가 마치 세대결 양상으로 들어간 듯 뉴스에서 보여 지지만 여전히 여론 조사에선 국민의 70∼80퍼센트가 탄핵을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이 여론 조사가 무의미할 수도 있고,혹은 여론 조사의 결과가 전체 국민의 의사에 정확히 합치한다고 해서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민주공화국에서 개인 혹은 단체의 의사표현의 자유는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사표현이 법을 넘어서서는 곤란하다.욕설과 협박이 난무하고,마이크를 붙잡고 공공연하게 상대방을 살해해야 한다는 표현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탄핵기각을 요구하는 집회를 들여다보면 이런 게 집단 광기구나 라는 생각까지 든다.
평소 개인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는 차마 던지지 못했던 단어들과 욕설을 거리낌없이 뱉어 내는 걸 보면 익명성과 집단성이 던져주는 광기의 표출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도대체,누가 이들을 집단광기의 장으로 몰고 있는가.평등한 사회이지만 모든 사회나 집단엔 리더라는 위치가 있기 마련이다.리더는 집단의 행동을 크게 좌우한다.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대통령 대리인단의 변호인들과 매주 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사람들이 그 리더일 것이다.그 리더들의 행동을 보면 가관도 아니다.법정에서는 대 놓고 재판관들을 모욕하고,광장에서는 대놓고 민란을 선동한다.지금껏 기득권의 온상 속에서 자신들의 안위 유지에 활용했던 검찰과 보수언론들 까지도 이제 종북과 빨갱이로 규정하고 법에 불복하여 내란을 일으켜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게 하자고 외친다.
개인적으로,이제 빨갱이 소리는 좀 뺐으면 싶다.군복도 좀 벗고! 자유당 시절도 아니고… 아! 자유당? 그래서 그런가….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하지만 그것을 선동하고 조장하여서는 안 된다.어디 사람이 모두 법에 수긍하고 따를 수가 있겠는가.하지만 법이라는 체계 안에서 살아가기에 그 테두리 안에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내 마음대로 살아 갈 수 없는 게 사회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우리가 이 땅에서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겠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그래도 바람은 있는 법.그 동안 많이 하셨다.이제 그만 쉬셔도 된다.나라 걱정은 이 땅에서 훨씬 더 오래 살아야 할 젊은 친구들이 더 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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