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부터 투표소 긴행렬
재난 아픔 딛고 소중한 한표
“안전하게 살수있는 나라되길”
산불 피해 위로 주고받기도
문재인 시대 개막-산불 이재민도 투표

▲ 강릉 산불로 집이 전소돼 구호품으로 제공된 트레이닝복을 입은 한 이재민이 9일 성산면 제1투표소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효진
▲ 강릉 산불로 집이 전소돼 구호품으로 제공된 트레이닝복을 입은 한 이재민이 9일 성산면 제1투표소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효진
“투표를 잘 해야 산불 재난 지원과 예방대책도 잘 세워지는 것 아니겠어요.”
9일 성산면 제1투표소가 설치된 강릉 성산면사무소.날이 밝아 오전 6시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60∼70대 어르신들의 투표 발길이 이어졌다.오전 8시쯤에는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투표소 앞에 제법 긴 줄이 만들어질 정도로 북적였다.주민들 가운데는 산불로 집과 가재도구를 모두 잃고 알몸으로 거리에 나앉게 된 이재민들도 섞여 있었다.대관령 아래 첫 마을인 성산면은 지난 6일 어흘리에서 시작된 산불이 보광리와 관음리,위촌리,금산리 등의 마을 곳곳을 위협하면서 민가 주택 17채가 불에 타고,이틀 밤 연속으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산불피해의 중심에 서 있는 고장이어서 투표장 발걸음이 더욱 의미를 더했다.
산불 당시 생후 3주된 손주와 딸,아내와 함께 가까스로 화재현장을 빠져나왔던 최동순(55·관음리)씨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지만 투표는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이번 산불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재난방재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 우리처럼 피해를 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재민 최종필(76·관음리)씨는 “큰 일을 당했지만 대통령을 뽑는 데 한 표라도 보태는 게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도시·농촌,수도권·지역을 막론하고 민생을 제대로 살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 구호품으로 제공된 트레이닝복을 입고 투표장을 찾은 부자(父子)도 눈길을 끌었다.전학표(57·
관음리)씨 부자는 “며칠 째 면도도 못한 모습을 이웃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투표를 안하려다 왔다”며 “부디 차기 대통령은 사회에 만연한 적폐를 청산하는 한편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투표장 안팎에서 이재민들을 만난 주민들은 여기저기서 손을 맞잡으며 “이제 어떻게 하냐”며 자기 일 처럼 위로를 주고 받았다.한편 주택 16채가 산불로 소실된 홍제동에서는 신분증이 불에 탄 주민 5명이 임시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 귀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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