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헌   시인·전 속초양양교육장
▲ 김종헌
시인·전 속초양양교육장
‘뉴스 볼 맛이 난다!’ 요즈음 지인들과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렇다. 최근에는 나 자신도 텔레비전의 뉴스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여러 가지로 신선하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출근 후 쉬는 시간에 신문을 볼 때도 예전에는 대충 건너뛰던 정치면도 요즘에는 꼼꼼히 챙겨서 읽게 된다. 오늘은 또 어떤 일로 그간 답답했던 내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줄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감동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조금은 억울하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 모습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모습이 아닌가? 그런데 근 10 여년간 우리는 그런 정상적이고 당연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너무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고 살았기에 이런 정상적인 일에도 가슴이 뛰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조금은 서글프다. 왜일까?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전반적인 행태가 지나치게 ‘파레토 법칙’에 지배당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파레토 법칙(Pareto‘s law)은 로잔학파에 속하는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V.파레토에 의해 발표된 소득분포의 불평등도(不平等度)에 관한 법칙으로 양적으로 작은 항목들의 가치(20%)가 다른 큰 항목들의 가치(80%)보다 훨씬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현상을 말한다. 즉 전통 경제의 흐름을 보면, 20%의 상품이 총 매출의 80%를 창출하고, 20%의 충성스러운 고객들이 총 매출의 80% 차지한다는 식으로 ‘결과물의 80%는 조직의 20%에 의하여 생산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 경제적 법칙이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사회의 전반을 관통하는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도, 교육도, 문화계도, 심지어는 청년들의 취업에도 이 ‘승자독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서글픈 사회 현상이 80%의 서민들에게 우울한 아침을 맞게 하고, 더 나아가서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존재해서는 안 될 단어가 버젓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우리를 오랫동안 답답하게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학에는 ‘파레토 법칙’에 반대되는 ‘롱테일 법칙’이 힘을 얻고 있다. 롱테일법칙(Long Tail theory)은 파레토 법칙과는 거꾸로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으로, 이 때문에 ‘역(逆) 파레토법칙’이라고도 한다.
이 용어는 미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잡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처음 사용하였다.
앤더슨에 따르면 어떤 기업이나 상점이 판매하는 상품을 많이 팔리는 순서대로 가로축에 늘어놓고, 각각의 판매량을 세로축에 표시하여 선으로 연결하면 많이 팔리는 상품들을 연결한 선은 급경사를 이루며 짧게 이어지지만 적게 팔리는 상품들을 연결한 선은 마치 공룡의 ‘긴 꼬리(long tail)’처럼 낮지만 길게 이어지는데, 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상품들의 총 판매량이 많이 팔리는 인기 상품의 총 판매량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경제학의 마케팅 용어로 사용된 이 두 가지 법칙이, 묘하게도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관통하는 흐름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내일의 사회가 승자독식의 ‘파레토 법칙’이 지배하는 10%의 소수를 위한 사회가 아니라, 90%의 서민을 위한 ‘롱테일 법칙’이 보편화 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 국민의 힘으로도 가능하다. 즉 의식 있는 국가의 리더를, 지역사회의 리더를 우리가 길러내고 선별해 내는 일이다.
국민의 삶에는 80%의 ‘롱테일 법칙’이, 국가와 지역사회의 리더들에게는 20%의 ‘파레토 법칙’이 통용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매일 뉴스로 볼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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