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고 싶다.” 호기로운 10대의 마지막,서늘한 초여름 밤공기를 맞으며 홀로 꺼낸 말이다.음악을 배우려던 아이는 ‘불안정’이라는 벽에 막혔다.그동안 내친 공부를 하며 남들을 따라가기 벅찼다.매일 노란 불빛이 점멸하는 신호등을 보며 학교를 떠나고 새벽을 깨우는 공기를 마시며 학교에 올랐다.수능이 끝나면 이 괴로움들이 도축 돼 등급으로 평가를 받는다.나는 이 끝을 기다렸다.

스무 살의 첫걸음을 떼면 현실은 더 차가워진다.일어서는 법을 알려주지 않고 홀로서기를 강요한다.요구하는 인간상은 나날이 변화하며 높아져 간다.이 끝자락을 쫓지만 떼 묻은 희망은 손톱 같은 달의 끝에 걸릴 뿐이다.해가 넘어갈수록 늘어나는 건 나이와 불안의 무게다.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독기가 가득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마음속 질병을 옮긴다.그런 우리에게 사회가 내린 처방전은 알코올과 카페인이다.알코올과 카페인의 과다 복용으로 빨리 뛰는 심장은 차갑고 허울뿐인 열정을 뿜는다.이 열정을 가진 이들을 오늘날에는 ‘청춘’이라고 부른다.열정에 따른 고통은 당연시 여겨지고 하나의 전유물이 됐다.

때는 비로소 ‘열정 과포화 시대’를 맞이했다.내일을 살기 위해 다시 술과 커피를 마신다.바라는 미래를 위해 헛된 것일지도 모를 열정을 내뿜는다.그리고 고통은 반복된다.이 사회는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 걸까.우리가 향하는 곳은 올바른 방향일까.이쯤에서 우리는 청춘이라고 부르는 이유와 쏟아냈던 열정의 이유에 대해 다시금 의문을 가져야 한다.“그만하고 싶다.” 지난 10대의 마지막에 꺼낸 혼잣말을 곱씹는다.

이근민·강원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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