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밑바닥 드러낸 강릉 오봉저수지
지역 최대 상수원 ‘고갈’
유입 물줄기 힘없이 졸졸
주민 식수·생활용수 부족
내달 사상 첫 제한급수도

▲ 강릉의 최대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21일 현재 30.6%로 떨어진 가운데저수지 바닥이 바짝 말라 잡초가 우거지는 등 들판을 방불케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가뭄피해 전 오봉저수지 모습. 구정민
▲ 강릉의 최대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21일 현재 30.6%로 떨어진 가운데저수지 바닥이 바짝 말라 잡초가 우거지는 등 들판을 방불케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가뭄피해 전 오봉저수지 모습. 구정민
“저수지 바닥이 이렇게 많이 드러난 것은 처음 봅니다.가뭄이 얼마나 오래됐는지,상류 쪽 바닥은 아예 사막이나 다름없어요.”

강릉시 왕산면 이장협의회 전순구(57) 회장은 21일 가뭄 상황을 묻자 한숨부터 토해냈다.강릉시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상류에 거주하는 왕산면 일원 주민들은 가뭄 장기화로 대관령과 삽당령 일대의 유입 수원이 말라붙으면서 식수 걱정이 태산이다.일부 주민들은 수백m 떨어진 인근의 골짜기 마을에서 말통으로 물을 운반해 생활용수를 조달하는 이중고를 겪고있다.

상류 수원이 이처럼 고갈되면서 강릉시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는 거대한 사막을 방불케한다.79.4㏊에 달하는 드넓은 저수지 대부분이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다.이곳이 물을 가득 채운 저수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저수지 바닥은 삽으로 30㎝ 깊이를 팠는데도 마른 모래에 먼지만 풀풀 날렸다.상류 쪽에서 흘러드는 물줄기는 폭이 1m가 채 안될 정도로 긴 띠로 졸졸 흘러들고 있다.곳곳의 웅덩이에는 미처 피난처를 찾지 못한 물고기가 가뿐 숨을 몰아 쉬며 물 위로 안간힘을 쓰며 뛰어오르는 모습이 목격됐다.물기가 없는 저수지 중·상류 바닥에서 어른 무릎 높이까지 잡초가 자라는 것이 신기했다.

고라니 등 주변 산짐승들이 내려와 마른 목을 축이고 간 흔적이 작은 웅덩이 주변으로 어지럽게 나 있어 이번 가뭄으로 힘들어 하는 것이 사람 뿐만 아닌 것을 실감케 했다.저수지 물이 빠지면서 과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했던 통발이나 폐타이어,폐목 등도 그대로 노출됐다.앞으로 오봉저수지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35일 남짓.대관령 상류에서 유입되는 물이 하루에 2만t이 채 안되는데,생활용수 등으로 빠져나가는 수량은 하루 7만6000t이 넘는다.이에따라 오는 7월 1일부터는 사상 처음으로 강릉시내에 생활용수 제한급수가 예고됐고,경포해수욕장 개장도 1주일 연기됐다.

21일 현재 도내 저수지 저수율은 42.9%로 평년 같은기간 61.1%에 비해 20%p가까이 부족하다.도내 315개 저수지 가운데 저수율 50% 미만도 167개에 달한다. 구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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