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프랜차이즈의 그늘
지난해 개점률 21% 폐점률15%
주요 업종 우후죽순 과열 양상
창업비 제외 각종 수수료 부담
가맹 본부 횡포·경영주 물의
지속적 매출 하락에 점주 울상

한때 프랜차이즈공화국이라 불리며 은퇴자들의 노후 대책과 청년 창업의 기회로 호황을 누렸던 프랜차이즈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최근 경영자의 횡포,도덕성 논란 등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과열 양상에 따른 창업 실패자가 속출하며 불패신화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성공신화를 꿈꾸며 창업의 문을 두드렸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그늘을 살펴본다.

#춘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13년 퇴직 후 노후자금과 은행 대출까지 빌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차렸다.자영업 경험이 없고 업계 진입이 비교적 쉬운데다 친숙한 프랜차이즈 이미지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치킨업계가 포화 상태를 이루며 업체 간 경쟁으로 매출 하락을 면치 못했다.최근 경영자의 도덕성 논란까지 더해져 A씨의 치킨집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경영악화와 오너리스크 등에 따라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의 혼란으로 가맹점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연평균매출은 3억825만원으로 전년(3억4180만원)대비 9.8%(3355만원) 감소한 반면 가맹점 수는 2015년 21만8997개로 전년(20만8014)에 비해 5.2%(1만983개) 증가했다.영업표지도 꾸준히 증가해 2015년 4844개를 기록하던 브랜드 수는 1년사이 8.8%(429개) 늘었다.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평균 영업기간은 4년8개월로 추산돼 5년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가맹점들의 평균 개점률은 20.9%,폐점은 14.9%로 개점과 폐점을 반복,성장세를 이어가는 가맹점이 있는 반면 매출 감소 등에 따라 폐점이 속출하는 등 프랜차이즈 사업의 흥망성쇠가 뚜렷했다.

■친구따라 강남 갔다가는 낭패

지속되는 고용불안과 취업난에 경기침체가 깊어지며 창업의 길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유행에 따라 선택한 업종들은 과열 양상을 보이며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을 통해 한식,커피,치킨의 주요 프랜차이즈 업종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한식 부문에서는 이프유원트의 ‘제임스치즈등갈비’가 지난해 103개의 가맹점이 폐점,가장 높은 폐업률을 기록했으며 치킨 부문은 비케이부어코리아의 ‘부어치킨’이 80개 점포가 문을 닫아 가장 폐업률이 높았다.

대왕카스테라전문점도 인기에 유행처럼 가맹점들이 증가했지만 인기가 식자 폐업이 줄을 이었다.도내에서도 춘천과 강릉,원주에 있던 대왕카스테라 전문점들이 문을 닫았다.커피부문은 이디야의 ‘이디야커피’가 전국 1577개의 가맹점을 둬 가장 많은 가맹점을 운영 중이며 도내에서도 55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강원도에 11개 가맹점이 있는 더본 코리아의 ‘빽다방’은 지난해 389개의 점포가 신규 개점,경쟁 과열이 심화되고 있다.도내 모 커피전문점 점주는 “커피전문점이 한집 건너 하나일 정도로 많아 브랜드간 경쟁은 물론 같은 브랜드 가맹점들끼리도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요구에 점주들 부담 가중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했으나 창업비용을 제외하고 부수적으로 가맹본부에 납부해야 하는 비용 부담에 가맹점주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각종 수수료와 광고판촉비용 등 관리수수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도내 11개 점포가 운영중인 ‘미스터피자’의 경우 필수물품 강요,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원자재를 부당한 가격으로 공급해 사회적 파장이 일기도 했다.창업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커피전문점 카페베네의 ‘카페베네’는 821개(강원도 33개)의 가맹점을 기록하며 이디아커피(1577개)의 뒤를 이었지만 지난해 140개의 가맹점이 문을 닫아 커피전문점 중 폐점률이 가장 높았다.

‘카페베네’의 경우 창업비용이 2억7145만원으로 ‘이디야커피’(1억745만원)와 ‘빽다방’(1억87만원)보다 2배 넘게 차이가 났고 창업비용 중 94%(2억5545만원)가 인테리어 및 기타비용으로 들어갔다.도내 한 카페베네 가맹점주는 “월 순매출액 중 3.5%를 가맹수수료로 내야하고 음악서비스 이용료와 점포 환경개선비용,시설비용,광고비,판촉비 등을 모두 내면 수중에 남는 돈을 얼마 되지 않는다”며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 부담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브랜드 이미지타격에 점주들만 울상

가맹본부의 횡포와 오너리스크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우 경영주의 성추행 논란이 일면서 매출 하락을 이어지고 있다.도내 모 가맹점은 논란이후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 평소보다 일찍 문을 열고 늦게 문을 닫지만 매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경영주의 경비원 폭행 등의 논란에 휩싸인 ‘미스터피자’의 도내 가맹점들도 매출 하락에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소비자들의 잇따른 불매운동이 가맹점주들의 피해로 연결되고 있다.경영 악화로 경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망고식스’의 도내 가맹점은 본사의 물품조달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자체 원제품을 조달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한 가맹점주는 “경영악화에 매출이 부진한 업체로 낙인 찍히며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손님들도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가맹점에 따라 가맹료를 업체별로 차등 지급하는 로얄티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프랜차이즈 출점 진입장벽을 높여 폐업률을 줄이는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며 “성공신화를 꿈꾸는 창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유행을 좇지 않고 창업 비용을 고려해 재산 수준에 맞는 업체를 선정하는 등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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