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 원인은
생산성 극대화 비좁은 닭장
흙목욕 못해 진드기 무방비
살충제 성분조사 올해 처음
질병 교육도 강원권만 제외
친환경 인증제도 허점 투성

▲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춘천의 한 계란도매상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발행한 안전성분석 결과 통보서를 걸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서영
▲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춘천의 한 계란도매상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발행한 안전성분석 결과 통보서를 걸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서영
철원의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된 가운데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은 밀집형 사육,형식적인 검사 및 교육,허술한 친환경 인증제도 등이 총체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대부분 산란계 농가들이 좁은 공간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밀집형 사육장’은 닭이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방법이 없어 살충제를 뿌릴 수 밖에 없다.여기에 올해 처음 ‘식용란’에 대한 농약검사가 이뤄졌고,허술한 친환경 인증 사후관리가 더해지면서 화를 키웠다.

■좁고 작은 사육환경

지난 16일 오전 11시쯤 철원군 동송읍 오지리의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농장 안쪽 좁은 케이지 안에는 고개만 간신히 내민 닭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케이지 아래에는 피프로닐 검출로 수거되지 못한 계란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이날 농장 바로 옆에서 케이지 시설개선 공사를 하던 업체 관계자 A(64)씨는 “이 농장은 닭을 사육하는 케이지 크기가 가로 55㎝,세로50㎝,높이 45㎝이고 6단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계란을 낳기 위해 기르는 닭(산란계)은 평생을 케이지에서 보낸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도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쓰지 않지만 대부분 이와 같은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 닭을 사육한다.알을 낳는 닭의 몸무게가 2㎏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5~6마리가 들어설 수 있는 좁은 케이지 안에서 크게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이 때문에 여름철 몸에 진드기가 달라붙어도 닭이 ‘흙 목욕’을 통해 진드기를 스스로 떼어낼 수 없기 때문에 살충제를 뿌려 해충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결국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밀집형 사육’은 살충제 계란 발생의 원인이 됐다.

■농약성분 검사 올해 처음

도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에 대한 조사는 올해 처음 실시된 것으로 확인됐다.17일 도에 따르면 계란 생산 단계에서는 그동안 항생제 등은 지속적인 검사를 해왔지만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 검사는 실시되지 않았다.사실상 이번 농식품부 주관 일제검사를 통해 ‘식용란’에 대한 제대로 된 정기·체계적 검사가 이뤄진 셈이다.이때문에 이전에 살충제 성분에 오염된 계란이 얼마나 유통됐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도내 한 산란계 농장주는 “살충제 살포가 반복되면 내성이 생긴다”며 “상당수 농가에서 여름철마다 진드기 관리를 위해 닭이 있는 상태에서 금지된 살충제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도 관계자는 “연간 검사 계획에 맞춰 도내 양계농가를 대상으로 항생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리했지만 식용란에 대한 농약검사는 올해가 처음”이라며 “앞으로 정기검사를 통해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 유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순회교육 강원권 제외

대한양계협회와 농식품부가 공동 주최한 ‘닭 진드기 및 산란계 질병’교육이 지난해 11월 실시됐지만 권역별 순회 설명회에 강원권은 아예 제외됐다.지난해 11월 농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교육은 경기권,경상권,충청권,호남·제주권 등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실시됐다.교육은 순차적으로 진행하다 충북 음성에서 고병원성 AI 의심축이 발견되면서 충청권까지만 진행하고 그해 11월 17일 이후 중단됐다.

교육은 당시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 사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등 문제가 되자 이뤄졌다.주요 교육 내용은 닭 진드기 발생 및 사용 약품,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 등이다.17일 대한양계협회 홈페이지 확인결과,공지사항에는 ‘금년 여름철 닭 진드기 발생 및 사용 약품 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교육한다’는 내용이 확인됐다.도내 양계농가들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논란을 우려해 교육까지 한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뒷북행정 아니냐”며 “강원권은 그마저도 권역별 분류에 없었고,참여하려면 경기권 교육때 가야했다”고 말했다.

■허술한 친환경 인증 사후관리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환경인증정보를 통해 확인한 결과 계란 살충제 검출 농가 중 한곳인 철원 ‘지현농장’은 지난 2012년 12월14일 농관원으로부터 무항생제(인증번호 24-5-599) 생산 인증을 받았다.이후 지난 2014년 7월 철원사무소,2015년 7월 건국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사후관리(생산과정 조사) ‘적합’ 판정을 받았다.2016년에는 6월,8월,12월 세차례나 사후관리 심사를 받아 적합 판정이 나왔으나 올해에는 한 차례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해당 농가는 지난 15일 농식품부가 시행한 무항생제 농가 일제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1㎏당 0.022㎎)이 검출돼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 전량 폐기처리 됐다.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친환경 인증제도에도 근본적인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농식품부는 이날 살충제 계란 관련 국회 보고에서 “친환경 인증제 개편을 추진하고 근본적인 개선을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호·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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