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동해안 해녀가 사라진다
해녀문화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해양·어로 문화 산증인 불구
도내 해녀 616명중 42% 고령
계승·보전자 부재로 감소세

1회 프롤로그-‘강원해녀’

“우리 죽으면 더 이상 해녀라는 직업은 없을거야”

문화재청은 지난 3월초 독특한 어업문화인 해녀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예고했다.5월1일 전국의 ‘해녀’문화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했다.‘해녀=제주’라는 다수 인식을 넘어 해녀문화를 무형문화재로 삼았다.하지만 사람들은 강원 동해안 해녀에 관해서는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다.현지인들과 제주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강원해녀’가 돼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다.그러나 그녀들은 고령화,수산자원 감소 등으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계승자를 찾기 힘든 ‘강원해녀’의 현재를 기록하고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기획취재를 통해 그녀들을 직접 찾아 옛날,그리고 현재,또 그녀들이 생각하는 해녀와 우리 바다의 미래를 들어보고자 한다.

▶강원해녀는

해녀란 몸에 아무런 장치 없이 맨몸으로 수심 10m 이내의 바다를 잠수해서 전복·미역·성게 등 해산물을 직업적으로 채취하는 여자를 말한다.수산계통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나잠(裸潛)업이다.해녀의 기원에 관한 뚜렷한 기록은 없다.인류가 바다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 시작한 원시 산업시대부터 시작됐다라고 추측할 수 있다.조선 인조 6년(1628)에 제주도로 유배되었던 이건(李健)이 쓴 <제주풍토기>에도 당시 제주도 잠녀에 대해 간략히 소개돼 있을 뿐이다.

강원도 18개 시군 중 3분의 1에 해당되는 6개 시군이 동해와 맞닿아 있다.수산업 종사자가 다수인 것은 지리적으로 당연하다.신고된 나잠어업 종사자도 2016년 통계기준 616명이다.그중 해녀라고 불리는 여성 나잠어업인은 47개 어촌계 327명으로 신고돼 있다.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릉 39명,동해 8명,속초 14명,삼척 59명,고성 203명,양양 4명이다.

이들은 더 나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육지로 출가물질을 떠나와 정착한 제주해녀와 강원동해안에서 나고 자란 해녀들로 나눠볼 수 있다.그러나 오랜 시간의 수련과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바다에서의 효과적인 체력 운용,바다에 대한 지식 등 끊임없이 잠수기술을 공유하면서 이주민과 원주민을 넘어 견고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강원해녀 기록 필요성


해녀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된 것은 한국의 전통적 해양문화와 여성 어로문화를 대표하는 산증인이기 때문이다.또한 해녀의 생업과 문화에서 공유지의 지속적인 이용과 분배에 관한 여러가지 지혜들이 발견된다.이런 공동체 문화는 강원해녀들에게도 나타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해안 강원해녀 관해서는 무관심하다.무관심 탓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녀라고 말하면 제주도만 떠올린다.‘제주=해녀·나잠어업’이라는 공식이 보편화 되게 된 데에는 절대적인 해녀의 숫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제주는 우리나라 전체 나잠어업인 9889명 중 절반 가까이 되는 4818명이 신고돼 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강원도에도 해녀들이 존재한다.80세가 넘은 해녀들이 50,60년째 물질을 하며 동해를 지키고 있었다고 말해주지만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현황은 2012년 자료부터 파악 가능하다.“70,80년대만 해도 하루 200만원까지 벌어봤다”라고 말한 해녀가 있을 정도로 벌이가 괜찮았다.적지 않은 수입으로 각 마을마다 해녀의 수가 현재보다 두배세배 많았다고 전한다.그러나 강원도 인구가 노령화 되듯 강원해녀들 중 70대 이상이 42%(2017.8 기준)로 노령화에 접어들었다.고령 해녀들의 사망으로 자연감소하지만 신규 해녀 가입자는 전무해 해녀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게다가 환경오염 등에 따른 수산 자원 감소,여성들의 고등교육으로 해녀라는 직업의 유망성 저하,계승 보전할 청년의 부재 등의 이유로 실제 해녀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80대 해녀의 다음과 같은 한마디가 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우리 죽으면 더 이상 해녀라는 직업은 없을거야”

김영희 ballove@kado.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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